양자얽힘이란 것이 있다. 한쪽 입자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쪽 입자의 상태도 따라서 변하는 현상으로 직관적인 고전역학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무척 생소한 개념이다. 심지어는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수억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우주의 최고 속도인 빛의 속도를 위반한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양자얽힘은 속도와는 관계가 없는 현상이어서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유령 현상이라고 했다. 아직도 신비하기만 한 양자의 세계에는 또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바로 터널 효과 현상이다.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양자역학은 아직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양자역학적 현상은 이미 여러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양자 터널 효과 역시 직관적,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쉽게 얘기해서 벽을 향해 던진 야구공이 벽을 통과하여 계속 날아갔다는 말이다. 쉬운 예를 드느라 억지를 부렸는데 공은 입자이기 때문에 벽에 부딪히면 당연히 튀어나와야 하겠지만 파동으로 행동한다면 확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가 아니라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미시세계의 운동을 다룬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파동의 성질도 갖는다. 파동의 좋은 예가 전자기파인데 전자기파는 유리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되지만, 일부는 투과하기도 한다.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는 물질파도 그런 식으로 사물을 투과할 수 있기도 한데 이를 터널 현상이라고 한다. 양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이다.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 그중 +전하를 가진 양성자는 자기끼리 서로 밀쳐내므로 강한 핵력이 그런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놓는다. 그래서 양성자는 강력을 이기고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고, 그 때문에 원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성자 수에 따라서 고유의 성질을 갖는다.
이렇듯 양성자 두 개가 묶여 있으면 헬륨 원소이고, 양성자 여덟 개가 묶여 있으면 산소 원소가 된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본 원소의 성질이 판이해진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양성자가 핵력을 이기고 원자핵 밖으로 탈출하기도 한다.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보이는 경우인데 이를 알파 붕괴라고 하며 양자 터널의 한 예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고전물리학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가 말한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서 양자 터널 현상은 존재하며 우리는 이미 실생활에 이용하고 있다. 부도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를 말하는데 양자 터널 현상으로 전자를 통과시켜, 즉 전기를 흐르게 하여 반도체 역할을 하게 한다니 놀랍다. 심지어는 항성의 핵융합 반응도 양자 터널 효과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는 나노 기술과 반도체에서 양자 터널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이 아직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수준은 아니다. 마치 인수분해를 깨우친 중학생이 미적분 문제를 대하는 것과 같다. 수학은 수학인데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헤매는 꼴이다. 우리의 물리학의 현주소는 우주 대부분을 이루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블랙홀의 실체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갈 길은 먼 것 같지만, 큰 문을 열고 들어갈 전야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