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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행성 정렬

Chicago

2025.09.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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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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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태양계에는 모두 8개의 행성이 중심성인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데 저마다 그 공전 궤도와 속도가 다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365일 걸려 태양을 한 바퀴씩 도는 데 비해 바로 바깥쪽 이웃인 화성은 우리 시간으로 687일에 한 번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그러므로 어쩌다 지구와 화성이 서로 가까워질 때도 있는데, 이를 회합이라고 하며 780일마다 두 행성이 근접한다. 나아가서는 태양계의 여덟 행성이 한 줄로 나란히 놓이게 되는 때를 '대정렬'이라고 한다. 마침 2025년 1월 중순에 수성을 제외한 여섯 행성이 지구에서 보았을 때 한 줄로 늘어섰고, 2월 말일에는 일곱 개의 행성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네댓 개의 행성이 동시에 보이는 일은 자주 있지만, 이번처럼 지구를 빼고 나머지 일곱 개의 행성을 한눈에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물며 지구까지 포함하여 태양계의 여덟 개 행성이 나란히 정렬되기는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사실 행성이 일직선 위로 정렬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천문학 지식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보통 밤하늘과 똑같다. 하지만 옛날 점성술사의 눈에는 특별한 일로 보였는데 행성이 일직선 위에 나열되면 대체로 나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옛날에는 행성 정렬 현상을 점을 치는 데 사용했지만, 지금은 우주 탐험 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이라지만 우주선의 속도를 올리려면 연료가 필요하며 방향을 바꾸거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감속을 하기 위해서도 연료가 소모된다. 또 탑재된 장비를 구동하기 위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연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먼 거리를 가려다 보면 충분한 연료를 실을 수 없다. 그래서 중력 도움이란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목표한 방향에 있는 다른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토성을 가려는 길에 목성이 있다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토성까지 가는 것이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2호는 목성의 중력 도움으로 토성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토성의 중력 도움으로 방향을 바꿔 천왕성을 향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연료를 절약하여 지금 보이저 2호는 해왕성 탐사까지 마치고 성간에 진입했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에서는 1977년이 되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한 줄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때 맞춰 보이저호를 발사했다. 이렇게 태양계의 바깥 4개의 외행성이 정렬되는 것은 175~176년마다 일어나는데 그때 행성 간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고 다른 행성의 중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원반 모양으로 빚어졌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도 그 원반 위에 있다. 그러므로 모든 행성은 같은 원반 위에서 중심성인 태양을 돌고 있다. 그 원반을 황도면이라고 한다. 다행히 같은 황도면에서 공전하기 때문에 일직선 위의 정렬이 가능하지 만약 각각의 행성이 뒤죽박죽 서로 다른 공전 면을 돈다면 행성 정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이저 1호가 성간에 진입하기 직전 칼 세이건이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행성 정렬 상태는 아니었지만,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떠나려고 황도면을 굽어보며 날고 있어서 그 사진에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여섯 행성이 함께 찍혔기 때문에 태양계의 가족사진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보일 듯 말 듯 작은 점으로 나왔는데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이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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