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항소법원이 지난 2일 종교 기관의 고용주는 수정헌법 제1조를 근거로 근로자의 임금 청구를 자동으로 회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종교 단체들이 그동안 고용 차별이나 부당 해고 소송에서 활용해 온 법적 방패에 의미 있는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앙 기반 기관에게 수정헌법 제1조가 임금 의무를 면제해 주는 포괄적 면책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6년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에서 입소한 수련생이다. 젠 센터는 북미 최대 규모의 소토 젠 불교 사찰 중 하나로 가주에서 사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젠 센터는 숙박 시설 임대와 기업 연수 행사 등을 운영하는 상업적 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행사도 유치했다.
이 수련생은 2년 이상 센터에서 생활하며 주방 업무와 정원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했다. 그 대가로 숙식과 함께 월 175~245달러의 수당을 받았다. 그는 2018년 11월 센터를 떠났고 2020년 8월 최저임금과 초과근무 수당 등 정당한 보상을 받지 않았다며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청은 수련생의 손을 들어주며 8만1170달러 23센트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젠 센터는 항소했고 1심 법원은 '목회자 예외'라는 수정헌법 1조를 적용해 청구를 전면 기각했다.
목회자 예외는 연방대법원이 교회 내 학교 교사와 가톨릭 학교의 교육자 소송에서 인정한 원칙으로 종교 단체가 종교 지도자를 채용하거나 해고하는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2일 판결에서 1심 법원이 이 원칙을 지나치게 확장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목회자 예외는 단순히 목회자로 분류되는 모든 이들과 관련한 고용 분쟁을 포괄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종교 교리 문제에 깊이 개입해야 하는 경우에 한정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수련생의 청구는 방문객용 욕실 청소와 유료 고객을 위한 음식 준비 등과 관련한 미지급 임금 문제이며 종교 교리를 해석하거나 판단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 항소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은 젠 센터 측이 이번 임금 분쟁을 해결하는 데 종교적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러한 점은 사건의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1월 선고된 로렌조 대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해당 사건 역시 목회자 예외가 임금 청구를 자동 차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판결은 일부 절차적 쟁점에서는 견해 차이를 보였지만 수정헌법 1조가 종교 기관인 고용주를 임금 청구에서 보호하지 않는다는 핵심 쟁점에서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임금사건은 다시 1심 법원으로 환송됐다. 젠 센터는 앞으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 해당 청구가 종교적 쟁점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단순히 누군가를 목회자로 분류하는 것만으로 임금 소송을 무력화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