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교육계 빠른 손절 거리·교과서·기념일서 퇴출 LA시는 '농장 노동자 날'로 교육부·교과 지침 전면 수정
LA 동부 도로변에 차베스의 삶과 행적을 담은 벽화가 남아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세자르 차베스 애비뉴 표지판. 김상진 기자
국내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추앙받아 온 세자르 차베스를 둘러싼 성적 학대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계는 그의 상징성을 재검토하며 본격적으로 ‘차베스 지우기’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8일 차베스가 1960~70년대 미성년자 2명을 성추행·성폭행하고, 동료였던 유명 노동운동가 돌로레스 후에르타를 성폭행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본지 3월 19일자 A-2면〉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캐런 배스 LA시장은 이날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다음 날인 19일에는 3월 마지막 월요일로 지정된 ‘세자르 차베스의 날’을 ‘농장 노동자의 날(Farmworker Day)’로 변경하는 선포문에 서명했다. 지난 18일 재니스 한 LA카운티 수퍼바이저도 공휴일 명칭 변경을 제안하며 “개인의 잘못과 노동운동의 가치는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징물 정비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LA시의회 공공사업위원회 위원장인 유니세스 헤르난데스 시의원은 차베스 이름이 붙은 거리와 공공시설 명칭을 변경하는 조례안을 다음 주 상정할 계획이다. 힐다 솔리스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역시 공원과 기념물 등에서 차베스의 이름과 이미지를 제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주 의회에서도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 공휴일 명칭 변경안이 제출된 상태다.
교육계 역시 대응에 나섰다. 19일 캘매터스 보도에 따르면 가주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농장 노동운동을 가르칠 때 차베스 개인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보다 폭넓은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약 800쪽 분량의 역사·사회 교과 지침서에서도 차베스를 롤모델로 제시한 내용을 수정할 방침이다. 해당 지침서는 K-12 교육과정 전반에 적용되며, 학생들은 4·9·11학년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배우고 있다.
가주 최대 교육구인 LA통합교육구(LAUSD)도 교육 과정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교육구 측은 “특정 인물보다 노동운동 전체의 가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존 서술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다만 차베스 이름이 붙은 학교명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시민사회에서도 변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캘리포니아 라이징’은 LA 다운타운에서 몬테레이 파크, 이스트 LA를 잇는 ‘세자르 차베스 애비뉴’를 ‘돌로레스 후에르타 애비뉴’로 바꾸자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계기로 노동운동의 역사와 상징을 개인 중심이 아닌 집단과 가치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