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상징 차베스의 추악한 민낯
좌파 진영의 상징, 노동 운동의 대부로 평가받던 세자르 차베스(1927~1993·사진)가 생전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국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세자르 차베스 데이(3월 31일)를 앞두고 터진 이번 폭로로 노동단체는 물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캐런 배스 LA 시장 등도 행사 취소 및 비판 성명 등을 발표하면서 속속 차베스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차베스가 1960~70년대 미성년자 소녀 2명과 동료 노동운동가 돌로레스 후에르타를 성적 학대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인 아나 무르기아는 차베스의 캘리포니아 사무실로 수차례 불려가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무르기아는 13세였고 차베스는 45세였다. 무르기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차베스가 늘 문을 잠근 뒤 외로움을 토로했고, 명상용으로 쓰던 요가 매트 위에서 자신에게 입맞춤하고 옷을 벗겼다”며 “범행 뒤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다른 사람들이 질투할 것’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차베스의 이러한 성학대는 4년간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르기아는 수십 차례 차베스에게 불려갔으며 15세 이전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는 또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데브라 로하스는 12세 때 처음 차베스에게 성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차베스는 무르기아를 성추행했던 자신의 사무실에서 로하스의 주요 부위 등 신체를 만졌고, 이후 로하스가 15세가 됐을 때는 캘리포니아 행진 도중 모텔에 머물게 한 뒤 성관계까지 강요했다. 무르기아와 로하스는 모두 “자신들은 8~9세 무렵부터 차베스의 그루밍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차베스의 행각은 오랜 동지인 돌로레스 후에르타에게도 이어졌다. 후에르타는 차베스와 함께 전국농장노동자연합(UFW)을 공동 창립한 인물로, 노동 시위 등에서 사용되는 ‘시 세 푸에데(Si, se puede·Yes, we can)’라는 구호를 만든 라틴계 여성운동의 상징적 존재다. 후에르타는 1966년 캘리포니아 델라노 지역의 포도밭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차베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그보다 앞선 1960년 8월 샌후안캐피스트라노 출장 중에도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과 노조 내부 모두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약 60년간 침묵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차베스는 아내 헬렌 차베스와의 사이에서 8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다른 여성 3명과의 사이에서도 최소 4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후에르타는 이 가운데 2명이 자신이 낳은 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출산한 뒤 두 아이를 다른 가정에서 자라게 했다고 전했다. 수십 년간 은폐됐던 의혹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차베스가 창립한 UFW는 가장 먼저 오는 31일 예정된 기념행사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UFW는 성명을 통해 “현재 제기된 충격적인 의혹은 조직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며 “피해자 지원 체계를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빠르게 반응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세자르 차베스 데이 명칭 변경 가능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캐런 배스 LA 시장도 성명을 통해 “피해 여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차베스의 행위가 노동자들이 권리를 위해 싸워온 용기를 퇴색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텍사스 오스틴과 애리조나 투손 등에서는 차베스 추모 행진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으며, 인권단체들 사이에서는 차베스 이름이 붙은 거리와 학교 명칭을 변경하자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한편 차베스는 노동운동을 이끌며 불법 이민 단속 강화를 주장했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1969년에는 국경 통제와 불법 이민 단속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했었다. 노동 운동의 대부이면서도 국경 통제를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상징으로도 남아있다. 김경준 기자성폭행 노동운동 세자르 차베스 차베스 지우 차례 차베스
2026.03.18.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