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수리 요청건 16% 증가 대응 꺼리던 한인들 참여 늘어 구리선 절도 전담반 해체 논란 "시야 확보 안돼 보행자 칠 뻔"
LA 한인타운 윌셔 불러바드에서 한 남성이 가로등 하단 배선함을 열어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다(왼쪽). 몇 주 뒤 다시 찾은 같은 가로등은 배선함이 열린 채 내부 전선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김상진 기자
지난해 LA 한인타운 내 보고된 가로등 수리 신고가 전년 대비 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로등 고장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구리선 절도 수사를 담당하던 LA경찰국(LAPD) 전담반(TF)이 지난해 해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다.
최근 LA로컬이 LA시 민원 전화 서비스 ‘My LA 311’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인타운에서 접수된 가로등 수리 신고는 145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1건(1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LA시 전체 가로등 수리 신고는 약 4만5500건으로 전년 4만6100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022~2023년 평균인 3만5000건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역별로는 다운타운이 239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반면 한인타운 인근 웨스트레이크는 1042건으로 전년(1864건) 대비 44% 감소했고, 피코유니언과 웨스트 아담스 지역 역시 신고 건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민들은 반복되는 가로등 고장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황선우(27)씨는 19일 본지에 “웨스턴 애비뉴나 6가 등 중심부를 제외하면 어두운 구간이 많다”며 “특히 주말에는 운전 중 시야 확보가 어려워 보행자를 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32)씨도 “가로등 하단을 보면 전선이 끊긴 채 노출된 경우가 많다”며 “노숙자들이 해당 전선을 사용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했다”고 전했다.
한인회에도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제프 이 LA한인회 사무국장은 “매달 3~4건 정도 가로등 수리 신고를 요청하는 민원이 들어와 한인회가 대신 시에 전달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311 서비스를 통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신고 증가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 국장은 “신고 건수 증가는 단순히 고장이 늘었다기보다 가로등 수리에 주민들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신고 데이터가 많을수록 시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강 LA시 공공사업위원회 의장도 “신고가 많다고 해서 고장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한인타운 인구 밀집도를 고려하면 신고는 오히려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언어 장벽 등으로 신고가 저조했지만, 311 서비스를 비롯해 한국어 민원 채널이 확대되면서 신고율이 증가한 건 한인들 사이 신고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가로등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LA시 가로등국은 지난해 예산이 전년 대비 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A시 일반 예산이 아닌 재산세 기반으로 운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로등국을 관장하는 강 의장은 “가로등국 예산은 가로등 인근 건물과 주택 소유주가 납부하는 재산세 일부로 충당된다”며 “문제는 이 배분 비율이 30년 전 기준으로 책정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LA시의회를 거쳐 오는 11월 주민투표로 비율 수정을 결정할 예정이며, 예산이 추가되면 가로등 수리 소요 기간이 많이 축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리선 절도 대응 약화가 가로등 고장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LA로컬에 따르면, LAPD는 구리선 절도 수사를 담당하던 중금속 수사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7월 해체했다. 이 조직은 조직적 구리선 절도 단속을 위해 출범해 도시 전역에서 300건 이상의 체포 실적을 올리고, 불법 거래 차단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예산 문제 등으로 결국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공공사업위원회 차원의 구리선 절도 방지 TF 출범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