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강에서 열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드론쇼. 케데헌의 대중적 성공에도 교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영화의 악마 묘사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전 세계적인 흥행 성공에도 미국 기독교계 일부에서 여전히 악마 묘사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종교 전문 매체 '릴리전 언플러그드'가 지난 13일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5억 회에 육박하는 관람 기록과 오스카 2관왕의 성과에도 영화의 영적 메시지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영화에 악마적 요소는 없는지, 자녀들과 함께 봐도 괜찮은지 논의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릴리전 언플러그드는 케데헌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종교적 변화와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한편, 전통적인 종교 집단과 영성을 중시하는 집단 사이의 긴장과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최근 두 집단은 서로를 악마적 존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서 케데헌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세계적인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와 미라, 조이는 수천 년 동안 인류를 보호해 온 악마 사냥꾼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이들이 인간 세계와 악마 세계 사이의 경계를 영원히 봉인하려는 순간 악마의 왕 귀마가 악마 보이밴드를 보내 이들을 방해하고 인류의 영혼을 빼앗으려 한다.
매체는 케데헌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동아시아 문화와 영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헌트릭스의 콘셉트에 해당하는 한국 전통 무속의 무당은 노래와 춤을 결합한 굿으로 악령을 쫓고 미래를 점치며 병을 고친다. 영화는 이러한 전통적인 종교적 요소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음악 장르인 케이팝을 결합해 여성 전사 사제라는 이미지를 대중문화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이를 굳이 서구 문화로 비유하면 교회 찬양팀이 사탄과 싸우는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설정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영화를 악마적이라고 보는 것에 반박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 제목 자체가 '데몬 헌터스' 즉 악마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악마는 명백한 악역으로 등장한다. 이 점은 과거 게임 '둠'을 둘러싼 논쟁과 비슷하다. '둠'의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샌디 피터슨은 말일성도교(LDS) 신자였다. 당시 게임이 악마적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피터슨은 "게임의 목적은 악마를 죽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매체는 영화 속 악마의 묘사는 상당 부분 기독교적 시각과 유사하다고 봤다. 악마는 인간의 영혼을 노리고 선한 사람들의 불안과 약점을 이용해 유혹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릴리전 언플러그드는 이러한 묘사가 한국 전통 샤머니즘의 악령 개념보다 기독교적 개념에 오히려 더 가깝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한국 무속에서 떠도는 영혼은 반드시 악한 존재라기보다 억울한 희생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는 오랫동안 여러 종교의 세계관이 공존했고 영화도 이런 종교적 혼합을 반영한다는 면에서 케데헌에는 복잡한 층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무속은 기독교나 불교보다 훨씬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다른 종교를 믿으면서도 무속적 의식과 전통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다른 종교와 혼합에 훨씬 엄격했다. 기독교 전통에서 악마를 다루는 방법은 예수의 이름으로 쫓아내는 것이었다.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마법이나 주술을 사용해 악마를 다루는 행위 자체가 악마적 행위로 간주되기도 했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영적 존재가 하나님을 섬기는 천사와 그렇지 않은 악마라는 두 진영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체는 일부 미국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케데헌이 간접적으로 악마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기독교 전통 안에서는 이해 가능한 반응이라고 이해했다. 영화 속 헌트릭스는 마법을 사용해 악마와 싸우는데 전통적 기독교 관점에서 이는 악마의 도구를 사용해 악마와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영화에서 루미가 저승사자 진우를 구하기 위해 고모의 뜻을 거스르는 장면도 전통적 기독교 시각에서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릴리전 언플러그드는 케데헌이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모두 나타나는 종교적 변화인 재이교화(repaganization) 현상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재이교화는 기독교에서 이탈해 다른 형태의 영성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종교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이 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신이나 초자연적 존재를 믿는다. 미국에서도 조직 종교에 대한 소속은 줄지만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오늘날 미국에서는 1970년대보다 사후 세계를 믿는 사람이 더 많다. 케데헌이 한국 무당을 대중문화의 영웅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할리우드 역시 토르나 북유럽 신화 같은 전통 신화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케데헌은 종교 활동이 점점 남성과 가족 중심 활동이 되는 미국적 경향을 반영한다. 영화에서는 독신 여성 세 명이 마법을 사용해 악마와 싸운다.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어둠의 유혹처럼 묘사되고 주인공들은 다시 독립적인 삶과 우정을 택한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여성 중심 서사는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는 자기 수용 서사로 발전했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위키드'의 엘파바, '바비'의 바비와 켄, '해즈빈 호텔'의 찰리 같은 캐릭터들이 모두 그렇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사회가 받아주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힘을 얻는다는 메시지다. 이는 또 LGBTQ 커밍아웃 이야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여성들이 자신을 성소수자로 규정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케데헌이 악마의 힘을 수치심과 연결해 설명하는 부분도 주목을 받았다. 악마는 인간이 느끼는 수치심을 이용해 인간을 통제한다는 설정 부분이다. 악마 보이밴드 멤버 진우가 수치심 때문에 귀마에게 묶여 있는 모습이나 루미가 자신의 반악마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 예로 제시했다.
영화의 메시지는 수치심 자체가 문제이고 수치심을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는 종교적 보수 진영의 관점과 다르다. 종교적 보수 진영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지만 동시에 죄성을 가진 존재라는 전통적 기독교 교리를 갖고 있다. 이 관점에서는 인간의 잘못된 부분은 실제로 잘못된 것이며 회개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매체는 케데헌을 종교와 영성,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로 본다. 케데헌의 인기와 우려 어린 일부 시선 모두 어쩌면 케데헌이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