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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

Los Angeles

2026.03.2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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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인 빈곤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나라 중 가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상대평가만을 고려한 것인지, 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현금만 고려한 것인지 등 통계의 객관성, 효용성을 확신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러 수치를 종합해 볼 때, 문제가 가볍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사에서 유명 교수님은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형편에 맞게 생활하면 됩니다.” 성직자인 필자의 설교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인류의 오래된 화두이다. 물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갈수록 돈을 갈구한다. 둘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것일까.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하더라고, 최소한 비참함은 방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돈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중요한 필요조건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1989년 한국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영화가 개봉되었다. 성적 지상주의와 이로 인한 입시지옥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지금도 유효하고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행복은 성적의 ‘역순’일까.    
 
존경하는 선배가 책을 선물하면서 “능력이 있을수록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문구를 서명과 함께 적어 줬다. 학력, 학벌과 수입의 상관관계는 경험상, 통계상 명확하다. 성적이 좋으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다양해진다, 수입이 많으면 직업, 거주지 등 라이프스타일 선택의 범위가 넓어진다. 삶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행복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취업 낙제생이었고, 에디슨은 저능아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학교와 성적 등 외적인 물질적 조건들의 순기능을 비하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행복이 성적순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라고는 더욱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필자의 종단에서는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물질만으로도 행복이 보장되지 않듯이, 정신의 힘만으로도 완전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질을 선용하라고 가르치지, 의미 없거나 도외시 할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소득이 일정 수준까지는 행복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대표적 연구들이 있고, 이후 연구들은 그 관계가 생각보다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그 수준의 연 수입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을 갖고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노년층의 욕구를 “형편에 과분한 욕심”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결핍과 비참함을 면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대한 갈망으로 볼 수는 없을까. 기사에 나온 교수님의 조언은 이론적으로는 틀림이 없고, 소수의 부자들에게는 적용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노년층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것 같다.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분수에 만족하세요” 이런 말은 현실에 적용할 때 보다 신중해야 한다. 물질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의한 물질 만능주의 폐해가 물질문명에 대한 거부감, 불편함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양은철 교무 Won Meditation Center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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