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복궁 경내의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경복궁의 웅장함을 가리고, 한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경복궁에 총독부 건물을 지었다. 조선총독부 건물은 결국 지난 1995년 철거가 됐다. 당시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더는 놔둬서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해 철거가 결정됐다.
경복궁은 1395년 조선 왕조의 첫 번째 궁궐로 건축됐다.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총독부 건물에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용산가족공원 내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규모의 박물관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람객 수 세계 3위의 박물관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세계적인 박물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은 약 6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람객 수 세계 2위인 바티칸 박물관의 690만 명에 근접한 숫자다. 참고로 관람객 수 세계 1위의 박물관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연간 약 900만 명에 달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 순위가 특히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전시 유물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굴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국의 문화재로 구성된 컬렉션으로 관람객 수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실로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유물 컬렉션 역시 도난이나 약탈 관련 논란이 없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박물관의 수집 과정에는 일종의 ‘순수성’이 느껴진다.
이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하루를 온전히 할애해 관람할 것을 권한다. 약 5000년에 걸친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전시품을 충분히 감상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번 전체 흐름을 익힌 후에는 기획 전시를 중심으로 다시 찾는 것도 좋다.
나는 이 박물관에서 매우 창의적인 전시들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또한 상설 전시 공간의 전시품들도 지속해서 교체되기 때문에, 같은 전시실을 다시 방문해도 항상 새로운 볼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십 차례 이 박물관을 찾았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배움을 얻고 돌아온다.
서울 외 지역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분관들도 꼭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들 역시 모두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인천국제공항 내에도 분관이 마련되어 있어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소소한 아쉬움이 있다면 각기 다른 기증자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11개의 기증관이 상설 전시관과 통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는 전체 컬렉션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상설 전시관을 벗어나 별도의 여러 전시실을 다시 거쳐야 하며, 전시실마다 시대 구성이 반복되어 관람 흐름이 다소 단절되는 느낌을 준다. 모든 상설 전시품을 시대와 소재별로 통합해 배치한다면 보다 일관되고 교육적인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도 현재와는 다른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전시실에 기증자의 이름이나 사진을 소개하는 것은 관람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찾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누구에게나 깊은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을 돌아보며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의미 있는 탐험을 떠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