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이혼을 준비하는 부부 중 상당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동청원 방식을 고려한다. 그러나 실제 상담을 진행해 보면, 이혼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정작 그 이후의 핵심 사항은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누가 집에 계속 거주할지, 자녀는 누가 양육할지, 생활비는 어떻게 나눌지, 연금은 분할할지 등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절차부터 고민하는 것이다. 함께 시작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자녀 문제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주 양육자, 주말 및 방학 일정, 병원과 학교 관련 의사결정 권한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명절이나 휴일 역시 짝수·홀수 해 기준으로 나눌지,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을 어떻게 분배할지까지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 인도 시간과 장소도 “금요일 오후 6시, 특정 장소”처럼 명확해야 한다. 이러한 세부 사항이 빠지면 이후 사소한 문제 하나로도 갈등이 반복된다.
해외여행이나 타주 이동 역시 미리 기준을 정해두어야 한다. 상대방 동의 여부, 여권 보관 주체 등을 합의하지 않으면 분쟁의 씨앗이 된다. 양육비 또한 “형편에 따라”가 아니라 금액, 지급 방식, 시점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기준이 모호할수록 갈등은 커진다.
재산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 주택을 매각할지, 한 사람이 계속 거주할지만 정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택을 유지하는 측이 일정 기간 내 모기지 명의를 변경해야 하는지, 기한 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 매각할 것인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를 정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신용이 장기간 묶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 계좌, 차량, 카드 부채, 세금 문제 역시 모두 포함된다. 특히 별거 시점은 단순한 이사 날짜와 다를 수 있어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기준 날짜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계좌 역시 간과하기 쉽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401(k)나 IRA는 혼인 기간 중 형성된 금액이 공동재산으로 간주된다. 법원 명령 없이 처리할 경우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체 가치까지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단순 현금뿐 아니라 영업권과 고객 기반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숨겨진 재산에 대한 대비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재산을 은닉할 경우 해당 재산 전체를 상실할 수 있다. 이 조항을 합의서에 포함하면 초기부터 투명한 공개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배우자 부양비 역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현재 필요하지 않더라도 합의서 문구에 따라 향후 청구 가능 여부가 완전히 달라진다. 문장 하나가 결과를 바꾸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세금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자녀를 세금 신고 시 누가 부양가족으로 신청할지, 교대로 할지 또는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적용할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 이를 정하지 않으면 양측이 동시에 신청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혼 연도의 공동 신고 여부와 세금 환급금 분배 방식도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산 공개 절차 역시 필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양측이 재산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이를 누락하면 판결이 지연되거나 보완 요구가 발생하며, 이후 은닉 재산이 발견될 경우 판결 자체가 변경될 수 있다.
결국 합의이혼의 핵심은 ‘절차’가 아니라 ‘내용’이다. 공동청원 방식은 양측의 협력이 끝까지 유지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서류를 함께 제출하는 것보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 먼저 정해져 있어야 한다.
합의이혼을 고려하고 있다면, 절차에 앞서 내용을 정리하고 변호사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