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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상처 안고 돌아온 한인, 치유 나섰다

Los Angeles

2026.05.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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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참전, 센서블케어 폴 김
군인위한 건강 플랫폼 구축 주목
전역 후 후유증 겪는 전우 돌봐
이라크전 참전 당시 육군 506보병연대 소속이었던 폴 김(오른쪽) 씨.  [Military.com Network]

이라크전 참전 당시 육군 506보병연대 소속이었던 폴 김(오른쪽) 씨. [Military.com Network]

이라크 전장에서 죽음을 수없이 마주했던 남가주 출신의 한인 참전용사가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군인과 가족들의 정신적 회복을 돕는 의료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라크 전쟁 참전용사인 폴 김 센서블케어 대표는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싸웠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건강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었지만, 귀국 후 치료와 도움을 받는 과정 역시 또 다른 전투였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5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와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에서 성장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날은 2001년 9월 11일이었다. 시민권을 취득한 바로 그날,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고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김 대표는 “미국 시민이 된 날 나라가 공격받는 모습을 보며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8세의 나이에 육군 506보병연대에 배치됐다.
 
그가 투입된 이라크 전장은 미군 역사에서도 가장 격렬했던 전투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매일 폭발음과 총성이 이어졌고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그는 “함께 웃던 전우가 다음 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며 “전우들의 죽음과 정신적 붕괴를 가까이서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전역 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불면증과 극심한 불안, 우울증이 이어졌고 일부 전우들은 범죄와 약물 중독, 극단적 선택 등으로 삶이 무너졌다.
 
당시의 참혹한 현실은 2010년 PBS 다큐멘터리 ‘상처 입은 소대(The Wounded Platoon)’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를 더욱 절망하게 한 것은 치료 시스템이었다. 상담사를 찾기 어려웠고 보험 절차는 복잡했다. 진료 예약은 몇 주씩 밀렸고, 군인 의료보험인 트라이케어를 받는 정신건강 기관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결국 고립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 좌절은 새로운 사명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정신과 병원 운영 업무를 9년간 맡으며 보험 시스템과 정신건강 의료 구조를 직접 익혔다. 이후 해군 항공군의관 출신 폴 정 박사와 함께 2017년 센서블케어를 설립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참전용사와 군인 가족들이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센서블케어는 원격진료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으로,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을 함께 제공하며 트라이케어 등 주요 보험을 받아 접근성을 높였다. 단순 예약 플랫폼이 아니라 정규 정신건강 전문가를 직접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만 100명 이상의 상담사가 트라이케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270명 이상의 임상의가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참전용사와 군인 가족은 5000명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PTSD 치료의 핵심은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하고 싶은 일은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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