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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한국은 왜 ‘진상 사회’가 되었는가

Los Angeles

2026.06.0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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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는 ‘진상’이다.  
 
콜센터에 막말하는 손님, 관공서에서 끝없이 민원을 제기하는 환자, 학교에서 교사를 압박하는 학부모 이야기가 반복된다. 요즘은 학부모의 진상 민원 때문에 아예 초등학교에서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한다. 개그맨 이수지씨가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모습을 패러디한 동영상들은 웃픈 현실을 말해준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일부 사례가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비슷한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사회적 현상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단순한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첫째, 불안이 만든 방어기제다. “착하면 손해 본다”는 학습 효과가 과거 한국 사회를 지탱하던 느슨한 공동체적 연대를 완전히 해체했다. 끊임없는 경쟁과 양극화 속에서 현대 한국인들은 극심한 생존 불안에 시달린다. 얌전하게 법과 규칙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오히려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면, 이른바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방식으로 보상이나 예외를 얻어내는 왜곡된 성공 경험이 사회 전반에 학습됐다. 결국 진상 짓은 불안한 세상에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장착한 거칠고 이기적인 방어기제인 셈이다.
 
둘째, 소비자 중심 사회가 모든 관계를 서비스 계약으로 바꾸었다. 예전에는 교사, 의사, 공무원, 상인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공동체적 신뢰 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냈으니 나는 완벽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재편됐다. 문제는 이 논리가 인간관계까지 확장되면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기보다 불만 처리 대상으로 보는 태도가 자연스러워졌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에서는 분노가 넘치고 있다. 한국 출장 중 운전이라도 할라치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 상대의 실수나 머뭇거림을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당한 분노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표출되어 해소되는 악순환의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은 철저한 계급사회라 강자가 약자에게 푼 분노가 계속 더 약한 사람에게 표출되는 구조다. 그래서 늘 약자를 먹잇감으로 찾는다.
 
이민사회에서도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회사나 기관에는 막 대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관공서나 서비스 기관에서는 큰소리치지 못하다가,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큰소리치며 한국에서처럼 갑질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이제 K컬처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정작 한인들이 겸손하게 주변의 타인들과 타인종을 존중하며 섬겨야 할 때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라”는 성경 구절이 떠오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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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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