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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교회 안의 금지곡들

Los Angeles

2014.09.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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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민가수 이미자 씨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당시 금지곡이었던 '동백 아가씨'를 부른 사연을 소개했다. '왜색'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공개석상에서 이 곡을 요청한 것이었다. 윤복희의 히트곡 '여러분'과 관련된 일화 역시 유명하다. 영빈관 객석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앞에서 "네가"라는 가사를 그대로 불렀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당했다. 당시 시대상을 보여 주는 웃지 못할 일화들이다.

역사적으로 금지곡은 정치 권력자들의 통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어떤 이념적 철학적 정치적 선택에 의해 선별적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은 곱씹을수록 찜찜하다. 때론 섬뜩하다.

'정의'의 관한 설교를 하면서 부를 만한 찬송가가 없다고 한탄하는 한 목회자의 글을 읽으며 공감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에서 사용하는 '21C 찬송가'를 살펴 보면 '정의'에 관련된 찬송가는 아예 제목 분류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다. 나라의 아픈 현실을 보며 부를 만한 곡은 손을 꼽을 정도이다. 개인의 평안을 노래하는 곡은 넘쳐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폭력을 보며 평화를 갈망하는 곡은 거의 없다.

이런 노래들이 본래 없었던 것이 아니다. 시대 정신과 역사 의식을 담아 노랫말을 만들었던 기독 가인들은 늘 우리 곁에 있어 왔다. 그들의 노래는 젊은 기독인들로 하여금 '거짓 신앙'이라는 술에 취하지 않도록 양심을 일깨우는 힘이었다.

지난 20년간 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해 노래해 온 홍순관은 이런 의미에서 참 고마운 가객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는 대부분의 교회 안에서 불려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의 신학적 정치적 이유에 의해 찬송가 및 찬양집 목록에서 제외되고, 각 교회 목사의 목회적 기준이나 교인들의 요구에 의해 차단된다. 일종의 '금지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랜만에 기타를 꺼내 '금관의 예수'를 불렀다.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이런 노래가 찬송가에 수록되기를 바란다면 꿈이 야무진 것일까.

손태환 목사 / 세상의빛세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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