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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바다는 새우도 키웁니다

#요즈음은 서울에서도 이름을 문패에 새겨 대문에 다는 집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아파트가 수도 없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예전에는 아무개라고 부르던 이름 대신 '000호 아저씨'나 '000호 아주머니'가 더 당연해진 세상 같습니다. 그래도 문패는 그 집 주인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얼굴이었습니다. 문패가 없는 집은 누가 주인이라 말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기도 했지요.

#"교회 다니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까탈을 부리자면 교회는 다니는 곳은 아닙니다. 예배당에 간다는 말이 맞겠지요.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 즉 사람을 뜻하니까요. 예배당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커다란 간판에 '00 교회'라고 적어놓았는데 그것은 상호가 아니라 문패입니다. 물론 하나님 백성의 으뜸은 예수님이시니 문패를 예수님이라 달아도 좋겠지만,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가정을 가족에게 맡기시듯, 그 지역의 가지 교회를 교회에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가지 교회 성도가 예배당 문패가 됩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교회 이름을 생각할 때 목사님 이름만 먼저 떠오른다면, 교회는 참 섭섭할 것입니다. 교회를 이루는 이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이며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는 신하이고 겸손한 종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 사람들을 돌보고 세우고 가르치고 키웁니다.

모여서 힘을 모아 여러 일도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힘을 쏟는 일은 사람입니다. 사람을 키워서 일을 시키는 곳이 아니라, 여러 일을 통해 사람을 키우는 곳입니다.

#얼마나 일을 잘하고 얼마나 큰 성과를 만드느냐가 세상에서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일의 결과와 효율만이 다는 아닙니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별다른 성과는 없더라도 사람을 키우는 그릇이 되어주는 곳이 교회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좋은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넓고 큰마음으로 서로 용납하는 곳이고, 남을 나보다 높이는 곳입니다. 그렇게 넓은 그릇이 되어야 넓은 사람을 키웁니다. 바다가 고래를 키웁니다.

#우리는 서로 끌어내리고 남보다 인정받으려는 좁은 마음을 질타해 왔습니다. 좁은 마음 까닭에 우리에게는 큰 인물이 없다고 말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에 배 아파하는 한, 고래는 어쩌면 요원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그러다 보니 우리는 고래만 쳐다본다는 걸 말입니다.

#바다가 고래만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는 새우도 키웁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듯 들리지만 고래가 한 마리이듯 새우도 한 마리입니다.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인물이 고래라면, 골방에서 그 일을 위해 기도하는 새우가 있습니다. 교회를 이끌고 위기를 헤쳐가는 고래가 있다면, 그 길을 함께하는 새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바다가 되지 못하고 서로 시기하고 다투면, 우리는 고래를 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아픔은 새우도 자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름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는 참된 신앙 영웅들이 태어나고 마음껏 자라는 자리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입니다.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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