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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뚫은 물길 '포항운하'에 죽도시장도 활기

Los Angeles

2014.12.1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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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여 점포 모인 동해안 최대의 전통시장
과메기·대게·물회·문어…어시장 군침 절로
"문어 시집 보내는 날이라예."

한 상인이 펄펄 끓는 가마솥 물에서 '돌문어'를 꺼냈다. 서울 손님한테 문어를 배송하는 날이다.

시장엔 삶이 가득했다. 복닥거리는 사람들 사이사이로 갓 잡은 생물들이 파닥거렸다. 포항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이다. 14만㎡ 부지에 1641개 점포가 모여있다. 횟집만 300개다. 어시장 구역, 먹자골목, 떡집골목, 이불골목, 한목골목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끼리 말로 전차만 빼고 다 판다 아입니까."

죽도어시장 상인회의 김경수 회장은 어시장내 회센터골목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어시장에는 활어와 건어 등 바다에서 나는 것은 뭐든 넘쳐난다. 다른 어시장에서 구경하기 힘든 개복치, 물곰에 고래고기도 있다.

특히 시장 대표 상품은 과메기다. 겨울바람과 햇볕에 꾸덕꾸덕 말린 꽁치다. 몸에 좋아 '바다의 홍삼'이라고도 불린다.

과메기의 어원은 '관목(貫目)'이다. 양눈을 꿰 말린 물고기란 뜻이다. 관목어로 부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메기로 바뀌었다. 원래 청어로 만들다가 어획량이 줄면서 대신 꽁치를 썼다.

"과메기 한점에 마늘하고 쪽파하고 미역에 싸가(싸서) 무면(먹으면) 엄청 꼬시요(고소해요)."

죽도시장의 또 다른 명물은 대게다. 근해에서 잡히기 때문에 육질 등 그 맛이 탁월하다고 한다. 대게 중 대게로 꼽는 박달대게는 대부분 근해어업에서 잡힌 것이다.

죽도시장의 시원한 맛은 물회다. 도다리 같은 제철 해산물을 듬뿍넣고 고추장으로 만든 육수를 부어 먹는다.

어시장 내 포항수협 공판장 옆 골목은 일명 '문어골목'으로 유명하다. 가게마다 가마솥에서 금방 삶은 문어들이 먹음직스럽게 걸려 있다.

죽도 시장이 생기를 되찾은 건 최근이다. 1980년대까지 포항제철과 함께 포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리면서 전성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대형 백화점과 기업형 마트, 편의점들이 들어서면서 손님 수가 줄었다.

그러다 수년 전부터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현대식 아케이드로 새 단장해 깨끗해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개통된 포항 운하덕을 톡톡히 봤다.

포항운하는 형산강 입구에서 송도교 인근 동빈내항까지 1.3㎞ 구간의 막혔던 물길을 40년 만에 뚫었다. 단순히 물길을 이어 보기 좋은 수로 하나를 만든 것이 아니다. 해양생태관광도시로 나가려는 포항의 미래가 집약된 사업이다.

포항제철이 동빈내항 인근에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홍수 예방을 위해 형산강 쪽의 물길 1.3㎞ 구간을 막아야만 했다. 당시에는 포항제철의 성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부작용은 심각했다. 물길이 막힌 동빈내항에는 생활하수가 흘러들었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됐다.

유명한 송도해수욕장도 동빈내항과 운명을 같이했다. 피서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2007년 사실상 폐장됐다. 청어와 정어리가 떼지어 몰려오던 푸른 바다는 검게 변해갔다.

정봉영 홍보담당관은 "한 여름에는 냄새 때문에 코를 막아야 할 정도였다"며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었던 이유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매립지를 뚫는 공사가 시작됐다. 10만㎡ 매립지에 폭 20~30m, 수심 1.5m로 1.3km에 불과하지만 1400억 원이 투입됐다. 7년 간의 대공사로 뚫린 운하위에 크루즈선을 띄웠다. 바닷길과 연계해 10km, 40분 코스의 크루즈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동안 15만여명이 크루즈를 탔다. 총 13억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목표였던 방문객 9만명, 매출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정 담당관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은 명품 운하도시로 키우기 위해 여러 관광상품을 개발중"이라고 미래 청사진을 공개했다.

크루즈를 타러 죽도시장에서 나오는데 정겨운 인사가 따라왔다.

"어서오이소. 퍼뜩 오이소~"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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