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새해 해맞이 행사 20만 인파…'1만명 분 떡국'도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 지역 총생산 87% 차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설치 등 신성장산업도 추진
포항은 철강도시로 유명하지만 사실 '빛의 도시'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고, 제철소에선 시뻘건 쇳물이 쏟아진다. 최근엔 첨단과학기술로 태양보다 100경(京)배 밝은 빛도 만들고 있다. 경북에서 방문한 마지막 도시 포항에서는 제 2의 영일만의 기적이 빛으로 빚어지고 있다.
포항은 영일만의 호미곶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최동단이다.
원래 장기곶으로 불리다 지난 2001년 지명을 호랑이 꼬리라는 뜻으로 바꿨다.
일본이 한반도를 토끼 모양으로 폄하한 지 수십 년 만에 한반도의 호랑이가 완성된 셈이다.
호미곶은 일년의 마지막날과 첫날이 교차할 때 가장 뜨겁다. 해마다 12월31일 밤 해맞이 축전이 열린다. 올해 17회째다. 이날 하루를 위해 전국에서 2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정봉영 홍보담당관은 "또 하나의 장관은 해맞이 광장 한 가운데 걸리는 대형 가마솥"이라며 "1만 명분의 떡국을 끓여 나눠준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철강 기업 포스코의 모태인 포항제철소 쇳물도 더 뜨거워지고 있다.
2007년 세계최초로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 설비를 완공하면서 재도약하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들 필요없이 가루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경제성이 35% 높아지면서도 공해물질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2011년 6월에는 세계최초로 연산 200만톤의 파이넥스를 착공했다.
2012년 현재 기준으로 1973년 조업을 개시한 이래 38년 9개월 만에 조강 생산 3억5000만톤을 기록했다. 누계 생산량은 2000cc 자동차 2억5000만대를 만들 수 있고, 선재제품으로 환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2384회 왕복 가능한 엄청난 양이다.
포스코의 발전은 바꿔말하면 포항시의 철강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포항 제조업의 78.8%가 철강업이고, 지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3%로 절대적이다. 그래서 새로운 신성장산업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시성장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 대안중 하나가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빛나고 있다. 현재 건설중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방사광가속기란 전자나 양성자처럼 전기를 띤 아주 작은 입자를 가속시킬 때 나오는 강렬한 빛(방사광)을 이용해 물질의 구조를 사진 찍듯 알아내는 장치다. 95년에 1500억 원을 들여만든 3세대 방사광가속기로 국내 벤처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비아그라의 구조를 밝혀 그 결과를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했다.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에서부터 반도체 개발 등 응용연구에 모두 사용된다. 생체나 세포를 자르지 않고 암세포 등을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에이즈 증폭 차단 단백질 구조를 규명해 신약개발, 신물질, 신소재, 반도체, 마이크로 로봇제작 등 첨단과학연구와 첨단산업육성의 필수 연구시설이다.
그 옆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건설중이다. 3세대 보다 빛이 100억 배 밝고 빛의 진폭이 짧아 분자가 움직이는 1000조 분의 1초 순간까지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나노 세계를 보는 현미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에 미국과 일본밖에 없다.
현미경이라고는 하지만 크기는 거대하다. 1km가 넘는 길이에 8차선 넓이 도로처럼 길게 쭉 뻗어있다. 마치 비행기 활주로 같다. 조무현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은 "전세계에서 3세대 가속기 연구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6명이 나왔다"며 "4세대 가속기가 완료되면 한국도 최초의 노벨상을 꿈꿔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