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태어난 만26세 동갑내기 좌완투수 김광현(SK 와이번스)ㆍ양현종(기아 타이거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나란히 좌절됐다.
두사람 모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포스팅 금액에 미국행의 꿈을 사실상 접었다.
한달간 연봉 협상까지 벌였던 김광현은 계약을 맺지 못한채 14일 결혼했고 내년 시즌 6억원의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또 올시즌 넥센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유격수 강정호(27)는 포스팅 신청을 마치며 메이저리그 구단의 콜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타격 감각이 뛰어나고 포지션 플레이어라는 이점 때문에 투수보다 유리한 입장이라는 예단이 나오지만 역시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한국리그 최고의 왼손투수로 불리던 김광현과 양현종의 포스팅 결과는 상당히 서운하지만 빅리그의 높은 벽과 현실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년간 프로야구 마운드를 비롯, 올림픽ㆍ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ㆍ아시안 게임 등 각종 국제 무대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지만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상당히 박했다. 또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도 제법 규모가 커졌다.
총액 800만달러 규모의 자유계약 선수가 이미 여러명 배출되며 굳이 헐값에 미국무대로 떠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류현진과 그토록 차이가 컸나'라는 의문이 남지만 현실 평가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냉혹하기 그지 없었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부터 200만달러, 양현종은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150만달러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전 다저스가 류현진을 잡기위해 적어낸 2573만7737.33달러(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금액 4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김광현ㆍ양현종은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에 똑같은 좌완이고 한국 성적도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1년 내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버틸수 있는 체력, 구종의 다양성, 큰 경기에 강한 뚝심,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일관성 등을 종합해 볼때 차이가 있다는 것이 '갑'들의 판단이었다.
결국 한국야구의 현주소도 향후 냉철한 반성과 내실을 기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거품을 걷고 능력을 지닌 선수를 많이 배출하면 스카웃 요청이 저절로 줄이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