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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가 이야기] 버젓함이라는 올무

Los Angeles

2015.01.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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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를 괜찮게 여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는 보이지 않는 낭비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낭비하고 있는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좋은 예가 버젓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누구나 온전하기 원하는 이상과 온전치 못한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런데 대개는 온전치 못함을 용납 못하고 자신을 탓하게 된다. 꼭 매끄럽고 번드르르해야 하는 게 아닌데도, 그 정도면 괜찮은데도 말이다. 일반적인 기준 너머로, 자신의 이상이나 욕구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몸단장에도 그런 요소가 있다. 외출을 위한 준비에 시간 들이는 게 당연하겠지만 치장에 쏟아 붓는 노력과 마음 씀에 낭비의 가능성이 많다. 자신을 꾸민다는 게 남을 즐겁게 하는 면이 물론 있지만 괜찮을 정도를 넘어 과하게 되기 쉽다. 위선도 결국은 자신을 지나치게 꾸미는 것이다. 위선까지 갈만큼 버젓할 필요가 있을까.

버젓해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 몸과 맘을 옭아맨다. 버젓하다는 건 흠 잡힐 만한 게 없는 것이다. 외모가 버젓해야 하고 행동거지가 버젓해야 하고 버젓한 관계, 직업, 집안 등 온갖 것들이 다 버젓해야 한다. 삶의 필요라는 면에서 보면 그건 사치요 낭비다. 실제 쓸모로 보면 아예 없거나 극히 제한적이고 순간적일 뿐인데도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힘과 마음과 여유와 평안이 소진되는지 모른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건 완벽 추구와는 다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자신의 있는 모습 안에서이고 완벽 추구는 도를 넘어가는 것이다. 완벽이란 게 과연 가능한가.

사람의 자존심 뒤에도 완벽과 온전함에 대한 욕구가 숨어있다. 영적 안목으로는, 자존심은 사람을 지치고 탈진하게 만드는 마귀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아닐까 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온전한 모습으로 지으신 게 아니다. 온전함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 깨달아야 할 점은, 그게 우리 힘으로 될 일이 아니라 성령을 힘입어서야 가능하단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주님께 의뢰하기보다 우리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놓고는 그것에 눌려 살아가기가 쉽다. 나 자신도 청년시절에 바로 그런 모습이었고 그 때문에 암에 걸렸었다. 완벽 추구 때문에 자책과 비난, 불만이 가득했던 모습, 그 버젓함의 올무로부터 예수께서 해방시켜주셨다.

청년들의 모습에서 많이 발견하는 것이 버젓하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거기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고 그래서 거기 매어 살아간다. 자신을 잘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신다. 예수님이 그것을 위해 돌아가셨는데도 버젓하기 원하는 자아가 하나님과의 사이를 아직도 가로막고 있다. 그 바위 같은 우상을 예수의 이름으로 부숴버리고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달려나가기를 바란다.

신승호 목사 /USC찬양선교교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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