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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기독교적 상상력이 없다

Los Angeles

2015.01.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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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는 상상력일 것이다. 상상력은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그려내는 능력이다. 중세 때까지 공상 정도의 취급을 받던 이 상상력은 근대에 이르러 창의력과 결합하면서, 현대 문화를 읽는 새로운 핵심 단어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 상상력의 근원이 궁금해 진다. 성경은 그 근원을 하나님으로 이야기한다. 하나님은 어두움과 공허만이 있었던 공간을 질서, 조화, 생명이 있는 공간으로 만드셨다.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만드신 것이 아니라면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우실지 상상하셨을 것이고, 그것이 창조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십자가도 그분의 상상력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시대 여러 가지 긍정적 의미의 문화적 상징들이 많았을 터인데, 하나님은 인간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로마의 사형 틀을 이용해 표현하신다. 그저 그분의 기발한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이 땅에서의 삶도 상상력이 풍부한 삶이었다. 바리새인이 정해 놓은 화석화된 종교적 규칙을 깨시면서, 이전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방식의 하나님 사랑, 사람 사랑의 영성적 삶을 보여 주셨다.

성령님도 상상과 창조에 빠질 수 없는 분이다. 창조의 영으로 우주 창조에도 참여하셨지만, 교회를 처음 만들어내신 분도 성령님이다.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이스라엘 민족에게 국한된 장소적 개념의 성전을 대신해서, 그 전까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교회를 성령님이 상상하시고 창조하셨다. 이런 면에서 성령은 아주 시대적이면서 실천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셨다. 그리고, 우리나라 초창기 선교사님들과 교회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병원, 학교, 고아원, 공동체를 세웠다. 이 모든 것이 그분 들 중 누군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교회들이 위기라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내려진다. 여러 사회적, 윤리적 원인이 있겠지만 교회 안에 기독교적 상상력이 점점 없어져 가기 때문이 아닐까.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그리고 초기 한국교회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발휘된 상상력을 점점 잃어버리고 돈과 경쟁력이 목적이 된 자본주의적 상상력이 교회를 잠식해 가기 때문은 아닐까. 교회의 위기는 바로 상상력의 위기인 것이다.

이도환 목사 /독립장로교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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