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데일 지역 성삼한인천주교회(주임신부 송재훈 라파엘)에서 3년간 임기를 마친 이 안칠라 수녀(예수의 까리따스수녀회 수원관구 소속)가 지난달 26일 귀국했다. 귀국 전 수녀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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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이 매우 섭섭해한다. 미국에서 한인 본당 임무는 처음이었나.
"생애 처음으로 미국에 왔다(웃음). 서원 받은 지 올해로 25년이다. 한국에서 본당과 사회복지관련 업무를 통해 많은 신자들을 만났지만 지난 3년동안 이곳에서의 생활은 정말 못잊을 것 같다. 수도자 개인으로서 정말 새롭고 보람된 만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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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나 수녀들이 한인신자들의 첫 인상에 대해 말씀하신다. 수녀님의 첫 인상은 어떠했나.
"먼저 미국의 첫 인상부터 말하면 실망이 컸다(웃음). 미국에는 노숙자가 없을 줄 알았다. 거리에 쓰레기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자들의 첫 인상은 처음엔 한국과 특별한 차이를 못 느꼈다. 차츰 살면서 '정말 열심히 사신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나라면 저런 힘든 상황에서 기도할 수 있을까, 신앙생활에 충실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많았다. 오히려 이곳 신자분들 통해 배운다는 걸 정말 느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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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사회복지관련 업무를 하셨다는데 미국의 사회복지가 정말 잘 되어 있는 것 같은가.
"실제로 미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확실히 이곳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었다. 또 확실히 이곳의 어르신들 표정이 한국의 노인분들보다 많이 여유로워 보이신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노후생활이 시스템적으로 안정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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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당에는 우리처럼 본당에 수녀님이 안계신다. 이곳서 자란 1.5세와 2세들에게 질문을 받지는 않았나.
"수녀님은 뭘 하시느냐고 가끔 물어온다. 어린 꼬마들은 우리들이 입은 수녀복이 신기한 지 '나도 수녀님 될래요'하면서 수녀복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한인 공동체에 수녀님들이 파견되어 있음으로써 이들에게 수도자 성소를 불러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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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 즉 수녀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하느님이 부르실 때 특별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의 모든 걸 아시는 분이 부르시는 것이 아닌가. 그저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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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나의 경우 대학생 때 봉사활동으로 가난한 산동네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옷을 빨아드리고 결핵환자를 찾아가 돌보았는데 그것 자체가 너무 기쁘고 좋았다. 함께 봉사하던 친구들이 결혼한 후에 봉사가자고 하니 가족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그 때 문득 '결혼'과 '봉사생활'에 대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당시 나의 선택은 '더 기쁘고 내가 좋아하는 쪽'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수도자였다. 나중에 수도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것이 부르심이었다는 것과 그 때의 마음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 수녀님이 되고 싶어요 할 때 '너는 지금 예수님 사랑하고 있니'라고 묻고 '잘 몰라요'하면 '누군가에게 도움 줄 때 행복한가' 물어 본다. 성소의 출발은 조건이 아닌 단순함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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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도 이곳 신자들이 한국보다 더 상처를 잘 받는다고 생각하나.
"(웃음) 나름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이민이라는 환경자체가 인간관계를 제한시켜 자연히 외로워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위로받고 관심받고 싶은 건 당연한 본성이다. 그 대상이 교회가 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실망이 크고 슬픔도 깊어서 상처가 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경우 상대방이 그 사실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신부님도 그렇고 우리 수녀들도 한국보다 신자들 대할 때 배려하는 마음을 더 갖게 되는데 역부족일 때가 솔직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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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업무가 정해졌나.
"안양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을 위한 상담을 많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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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에게 어떤 기도를 청하고 싶나.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예수님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부탁드리며 떠나고 싶다.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