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 이어주는 다리, 종신부제
원영배 한인종신부제 서부지역 회장 인터뷰
한인은 1980년대 미국서 처음
미주 한인 종신부제는 50여 명
결혼 성소 받은 서품 받은 성직자
본당사제 사목 협력 및 보완 역할
가난한 사람들과 교회 이어주기도
현재 가톨릭교회에서 '종신부제 제도(permanent deacon)'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지역 및 남미, 호주 등 세계 135개국이다. 한국은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한인 신자들이 '사제직(priesthood)'과 혼동하기 쉬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북미주 한인 종신부제협의회 서부지역 회장인 원영배 종신부제(세인트 비드 미국성당 종신부제)에게 자세히 들어 보았다.
-제1호 한인 종신부제 탄생은 언제인가.
"미네아폴리스의 이창재 종신부제가 1980년대 미국에서 한인으로는 처음 서품을 받았다. 1995년 뉴왁대교구의 박창득 몬시뇰이 북미주 한인종신부제 협의회라는 명칭으로 한인 종신부제들만의 모임을 만들었다. 동부지역과 중부, 캘리포니아 지역인 서부와 캐나다에서 지역 간사들이 모여 첫 총회를 가진 것이 효시로 기록되어 있다."
-한인은 모두 몇명인지 알고 싶다.
"2003년 통계를 보면 세계 135개국에 3만973명인데 미국이 가장 많은 1만4693명이다. 이는 2001년보다 9% 정도 증가된 것으로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중에서 한인은 미국에 50명, 캐나다에 3명인데 현재는 더 많아졌고 지금도 준비 중인 후보자들이 있다.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계 역시 146명의 종신부제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사제와 차이점은 뭔가.
"이미 결혼성소를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다른 부제 성소에 응답하여 서품을 받는 성직자다. 이 점이 독신으로 살기를 서약하는 신부님과 다르다. 교회 안에서 맡은 소명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면 쉽게 정리될 것 같다. 소속 본당 안에서는 본당사제의 사목을 협력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본당 외의 울타리 밖의 교회공동체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부제직의 소명을 넓혀가야 하는 것이 지금의 가톨릭 교회에서 크게 요구되고 있다."
-그럼 무슨 일을 하나.
"5년 동안 양성을 받을 때 부제의 사명에 대한 지침은 '항상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재확인된 정신이며 종신부제들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평신도나 사제나 부제 포함해서 모두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예수님이 스승으로서 보여주신 세상 사이에서 소외된 가난한 이들을 끊임없이 찾아 다니신 것을 모범삼아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가야 한다. 종신부제는 세상과 교회, 평신도와 교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이웃들과 이어주는 다리이다."
-과거엔 없었다고 들었다.
"아니다. 초창기 교회부터 있던 제도다. 신약성경의 첫 순교자로 기록된 스테파노가 예수님의 사도들이 처음 선출한 부제 가운데 한 사람이다. 중세 이후 교회내에서의 사제 숫자와 비중이 늘어나면서 종신부제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사제서품 받기 이전 거치는 단계로만 부제직의 형태가 남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를 통해 다시금 20세기 교회개혁의 중요한 부분으로 주목되고 강조되어 부활되었고 사제서품을 받기 이전단계의 부제직(transitional deaconㆍ사제서품 받기 전의 신학생)과 구분하기 위해 종신(permanent)부제라고 부른다."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
"35세 이상의 미혼 또는 기혼 남성으로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능력을 기반으로 가정과 사회생활에 충실할 것이 요구된다. 기혼자의 경우 서품 후에 배우자와 사별하면 재혼할 수 없고 독신자의 경우는 평생 독신을 서약한다."
-그럼 결혼한 사람은 어떻게 되나.
"결혼도 성소이므로 부부가 더욱 돈독한 애정으로 사랑해야 하고 또 부모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따라서 결혼생활에서 서품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결혼성소를 모범적으로 완성시켜야 할 의무가 부여된 셈이다."
-종신부제 서품은 언제 받으셨나.
"2008년도에 LA대교구에서 서품받은 후 주교님의 명으로 지난 20년간 신자로서 생활하고 봉사해온 세인트 비드 성당에 발령받아 종신부제로서 봉사하고 있다. 본당에서는 전례, 유아영세반 교육, 기도회 등을 담당하고 외부사목으로는 교정사목 등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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