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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를 따라 바다를 걷다…오륙도에서 해운대까지

Los Angeles

2015.04.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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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2코스 18km
부산 바다 일주 명품길
섬은 길 오른쪽 바다에서 마치 하나인 듯 나타났다. 보는 각도에 따라 혹은 물때에 따라 다섯 개나 여섯 개로 보인다. 그래서 오륙도다.

부산의 상징인 섬은 남해와 동해의 분기점이다. 예부터 조류가 빨랐다. 그러니 노래 가사처럼 '연락선마다'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단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1740년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에서 유래했다. 275년간 섬은 많아졌다가 적어졌다가 감쪽같은 마술을 부려왔다.

사실 섬은 여섯 개다. 뭍에서 가까운 섬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불린다. 한동안 관광 우선순위에 밀려났던 오륙도는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산의 해안 트레킹 로드인 '갈맷길' 9개 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는 2코스 '이기대' 구간의 출발점이 오륙도다.

게다가 2년 전 유리바닥 전망대인 '스카이워크(Skywalk)'가 생겨 관광객수가 더 늘었다. 그랜드캐년 스카이워크의 축소판이다. 오륙도를 굽어보는 35m 해안 절벽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발굽형으로 15m 붙여놓았다. 투명한 유리 바닥 저 아래로 바다가 아찔하다.

갈맷길은 부산의 마스코트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다. 박현옥 해설사는 "부산 사람을 부산 갈매기라고 한다. 그래서 부산 사람이 걷는 길을 뜻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체 길은 263.8km다. 남쪽 가덕도에서 동쪽 임량해변까지 바다는 물론 시내 곳곳을 볼 수 있다. 이중 18.3km 길이의 2코스 구간은 부산 바다의 백미다.

남쪽에서 오륙도를 떠나 농바위-이기대-남천동 벚꽃거리-광안리 해수욕장-동백섬-해운대해수욕장까지 위로 올라간다.

절경은 이기대다. 기암절벽 사이 좁은 길이 푸른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걷다 보면 장산 달맞이 공원부터 저 멀리 동백섬, 해운대, 광안대교까지 부산의 상징들이 차례로 밀려온다.

이기대(二妓臺)는 술 취한 왜장과 함께 물에 빠져 죽은 두 기생이 묻혀있다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기대의 끝자락에서 왼쪽으로 돌면 나타나는 용호만에서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상주다이아몬드베이'가 운영하는 92인승 대형요트 '마이다스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요트 유람은 낮보다는 밤에, 겨울보단 여름이 좋다. 빛의 향연, 부산 바다 야경을 볼 수 있어서다. 특히 다이아몬드 브릿지라는 애칭을 가진 광안대교는 장관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전면을 가로지르는 7.4km의 다리에는 세계 최다인 1만6000개의 LED와 54개의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시간별, 요일별, 계절별로 10만가지 이상의 색의 향연을 내뿜는다.

요트에서 내리면 광안리로 향한다. 백사장을 걷다 해변 끝자락 민락동횟집거리에서 발길이 잡힌다. "여 아직 안와봤능교? 함 와보소" 식당 아지매들의 웃음이 펄떡이는 회처럼 싱싱했다.

광안리를 지나면 붉은 꽃의 찬란한 무덤을 만난다. '꽃 피는 동백섬'이다. 동백꽃은 두 번 핀다. 나무에서 활짝 피었다가 꽃봉오리째로 떨어져 땅에서 한번 더 핀다.

꽃길을 밟고 가면 바다 위의 구름처럼 아름다운 해운(海雲)대가 나타난다. 바다에서 봄은 잔잔했다.

부산의 마지막 정착지다. 오륙도에서부터 입속에서 맴돌던 노래도 끝났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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