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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다리 걷다 주저 앉아 울었다"

Los Angeles

2015.04.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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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대사 부임 8개월
신연성 전 LA총영사
거의 1년 만이다. 신연성(60.사진) 전 LA총영사를 부산 방문 중 만났다. 2011년 3월 LA로 부임한 그는 지난해 4월 이임했다. 재임기간중 2차례 재외국민선거, 한미FTA 발효 등 '최초의 업무'들이 유난히 많았고, 소통에 힘써 한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7월부터 부산시 국제관계대사로 근무중이다.

그는 거창 출생이지만 부산에서 자랐다. 77년 외무고시 11기로 시작한 38년 외교관 경력의 마지막을 제 2의 고향에서 매듭짓고 있다. 소감을 묻자 "부임 첫 주말 영도대교를 걷다가 옛날 생각에 주저앉아 울었다"고 했다.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인터뷰했다.

-한인들에게 인사해달라.

"다들 보고 싶다. LA에 있을 때 보기 싫었던 사람들조차 그립다.(웃음)"

-직함이 국제관계대사다.

"외교부가 1990년부터 부산시에 대사를 파견해 국제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에 부산을 알리는 역할이다."

-부산은 얼마 만인가.

"40년 만에 돌아왔다. 영도대교에서 자갈치시장에서, 어디서든 만감이 교차했다."

-어린 시절 생각이 났나.

"아직도 기억난다. 수정아파트 13동 202호에 살았다. 지금은 없더라. 말이 아파트지 9평 짜리였고, 공동화장실을 썼다. 산동네여서 연탄배달도 10원이 더 비쌌다. 정말 못살던 때다."

-영화 국제시장을 봤겠다.

"너무 울까봐 아직 안 봤다. 영화 대사만 들어도 울음이 나왔다. '아버지 이만하면 내 잘 살앗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하는 대사 말이다."

-부산은 어떤 곳인가.

"산과 강과 바다가 만나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절대적 조건을 갖춘 곳이다. 회색빛 과거와 바닷빛 미래가 공존한다."

-회색빛 과거란.

"시대가 만든 극단적 애환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살던 달동네 감천마을과 삼복도로를 봐야한다. 산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180여개 계단을 올라가봐야 부산의 뿌리를 알 수 있다."

-부산에 왜 와봐야 하나.

"한국 사람의 핏속엔 어렵던 시절의 DNA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강하고, 생명차다. 부산은 그 DNA로 만들어진 도시다. 경상도 뿐만 아니라 전국팔도 사람들이 모여있다. 부산은 누구에게나 제 2의 고향이다."

-앞으로 계획은.

"아마도 부산에서 공직 생활은 접게될 듯하다. 내가 있을 동안 부산에 많이들 찾아달라. 그래야 식사대접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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