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프로 골프계에서 '여고남저'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남자 골프의 경우 스타가 사라지고 여성들은 새 얼굴이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 번갈아 우승하는데 따른 현상이다.
한국 리그(KPGA) 투어 개막도 남자는 여자보다 2주일이나 늦었다.
다음달에는 SK텔레콤 오픈이 벌어지지만 아시아 투어와 공동으로 주관하기 때문에 한인 남성 몫은 70명에 불과하다. 상위 랭커 70명을 제외한 선수들은 이 대회에 나가지 못한다.
그러나 여자 투어는 호황이다. 5월까지 한국서 열리는 여자대회는 8개에 상금은 400만달러가 넘는다. 같은 기간 남자 대회는 단 1개에 상금은 35만달러에 불과하다.
여자는 국제 경쟁력이 좋다. 신체 특성상 세대 교체가 빨라 남자에 비해 참신한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된다. 남자는 대회 숫자가 적어 여러번 우승하는 스타가 탄생되기 어렵고 군대 입대 문제까지 겹쳐 어려움이 크다.
한인 스포츠 팬들은 국제 경쟁력에 주목한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서만 깊은 관심을 가진다.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박지성이 뛸때 국민이 열광한다.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수십명의 한인 선수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자 골프는 상대적으로 위축돼 보인다.
남자 골프 인기가 쇠락한 이유로 스타 부재를 꼽는 사람도 많다. 2007년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ㆍ배상문(29)·김대현(27) 이후 걸출한 젊은 스타를 찾기 힘들다.
스폰서들은 스타가 없는 투어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대회가 줄어들자 참신한 유망주들이 미국ㆍ일본·아시아 투어로 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남자 골프에서는 박찬호·박지성 같은 세계 최고의 수퍼스타가 없었다. 물론 최경주ㆍ양용은이 한때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남자 골퍼들은 전반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했다.
새로운 스타는 자연적으로 탄생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KPGA가 스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도 적잖다. 한 골프 관계자는 "선수 경쟁력이 약하다고 불평하기 앞서 협회는 먼저 협회의 경쟁력을 돌아봐야 한다. 코리안 투어 홈페이지는 선수 자료 하나 보기도 상당히 불편하다.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 골프가 외면받는 이유는 또 있다. 남자 프로골퍼 자신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프로님'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남자 대회 프로암에 참가한 사람들은 "남자 선수들은 자신이 프로라고 거만하게 행동한다. 매너도 거칠다"고 지적한다. 참다운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지 못하는한 한국 남자 골프의 장래를 암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