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건물? “NO!” 우리는 ‘움직이는’ 교회다
LA한인타운 미자립 교회의 좌충우돌 개척 생존기
1.5세 품기 위해 시작해
대형교회 프리미엄 없이
세상과 마주하니 "더욱 단련"
교회에만 있으면 교인만 만나
직접 사회서 일 해보니 유익
한인 1.5세들로 구성된 개척 교회가 교계에 신선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움직이는 교회(The Moving Church·담임목사 임봉한)’는 LA한인타운 내 ‘이음 카페’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개척 당시 목사를 포함해 교인은 모두 5명. 소수 정예라는 특징 때문일까. “오늘날 교회는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운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외친다. 최근 움직이는 교회는 카페를 나와 새롭게 둥지를 텄다. 이번에는 실버레이크 지역 한 미국 교회(2930 Hyperion Avenue)내 작은 공간을 빌렸다. 이 교회는 ‘움직이다’라는 동사에 많은 의미를 담았다. 의미는 방향이다. 이 교회 임봉한 목사를 만나 그들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통해 교회의 시대적 역할과 소명 등을 들여다 봤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개척 당시 예배 장소를 '카페'로 정했더니 주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교계의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카페? 예배를 무슨 그런데서…"
왠지 모르게 '교회'라는 단어에서 묻어나는 성스러운 분위기가 카페와 맞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1.5세에게 건물이나 장소는 교회의 본질이 아니다.
임봉한 목사는 "교회가 곧 '성전'이라는 인식 때문에 카페를 예배 장소로 사용한다는 게 어색하겠지만 젊은 1.5세들에게는 그런 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교회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기 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중시하는 게 1.5세의 특징이자 장점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임봉한 목사(1977년생)는 젊다. 교인들도 대부분 20~30대다. 개척 당시 4명이던 교인은 반년 만에 17명(등록 교인)으로 늘었다. 교인 증가율로만 따지면 엄청난 성장이다.
"그 정도면 부흥(?) 아니에요?"라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되레 임 목사는 "복음의 본질을 소유했다면 교회는 단 10명만 있어도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임 목사는 "지금은 교회 크기나 성장을 논하는 게 무의미한 시대다. 성도에게 실질적인 활동 무대는 삶의 터전"이라며 "교회의 존재적 역할과 성도 개인의 삶이 세상 속에서 기독교 복음을 증명해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교회를 개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고 사회로부터 교회가 외면당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름 각오를 다져도 생존을 위한 현실이 존재한다.
움직이는 교회는 한 달 렌트비로 800달러를 낸다. 최근에는 작은 중고 음향기기 한 대도 겨우 구입했다. 교회를 운영하는 데 있어 재정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임 목사에게는 이런 모든 환경이 낯설다. 그는 파사데나장로교회, 나성영락교회 등에서 부목회자로 사역했었다.
임 목사는 "큰 교회에서 사역할 때는 몰랐는데 대형교회 출신이라는 프리미엄 없이 막상 밖으로 나와보니 세상과 현실이라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더라"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임 목사는 LA한인타운 갤러리아 몰 푸드코트에서 캐시어로 일을 한다. 가끔 주방에서 요리도 한다. 목사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은 없을까. 그는 오히려 "몰랐던 걸 알 수 있어 유익하다"고 했다.
임 목사는 "교회에만 있을 때는 교인만 만나게 되는데 사회에서 직접 일을 해보니 다양한 사람을 접하게 된다. 그 가운데 여러 가지 일도 겪는다"며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 성도들도 삶의 현장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가겠지…'라며 공감도 하게 되고, 내가 일하는 그곳이 복음 증거의 현장이라 여기니까 최선을 다해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교회에게 복음은 동사다.
"교회는 에너지 품지 말고 세상에 분출해야"
임봉한 목사 일문일답
임봉한 목사는 “나는 말 주변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회와 관련된 답변은 스스럼없었다. 평소 교회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 해온 듯 싶었다. 그는 3대째 목회자 집안에서 자랐다. 할아버지는 시골 마을을 돌며 수십 개의 교회를 개척했던 목회자였다. 아버지는 한국 춘천에서 목회를 했었다. 그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바로 교회다.
-왜 1.5세를 위한 교회였나.
“1.5세는 한국과 미국 문화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1세와 2세의 괴리도 이해한다. 그래서 가능성이 엄청난 세대다. 하지만, 기존 교회 구조에서는 1.5세가 ‘어린 아이’처럼 대우받는다. 출석하는 교회를 ‘내 교회’라고 여기고 신앙 생활을 하는 1.5세가 많이 없는 이유다. 그들에게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토양은 어떤 의미인가.
“축구장을 상상해보자. 성도는 선수다. 목회자는 그들이 잘 뛸 수 있게 복음을 통해 코치하고 격려도 해야 한다. 교회는 그런 성도들이 모여 함께 서로 돕는 곳이다.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교회 아닌가. 결국, 성도의 삶을 통해 외부로 복음이 전해지는 것인데, 그동안 교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 갇혔다.”
-왜 갇히게 됐나.
“교회는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해야 한다. 그런데 그 에너지를 그동안 너무 교회 안으로만 끌어왔다. 어쩌면 그게 오늘날 교회가 약해지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에너지를 안에서만 쓴 폐해는.
“요즘 최대 논란인 동성결혼 이슈를 보자. 관점에서 문제가 생겼다. 성도는 삶 속에서 성경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이성 간의 결혼을 소중히 여기고 거기에 담긴 아름다운 의미를 직접 보여주고 살아감으로써 세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 그런데 우리만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영역(교회)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복음은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작용해야 한다.”
-시대적으로 기독교가 힘들다. 개척은 도전인가, 실험인가.
“(웃음) 글쎄…복음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그 길을 내는 건 하나님이다. 개척을 한 뒤 지금까지 ‘정말 이 길이 맞나’라는 고민보다는 ‘하루, 하루 충실하자’라는 생각이다.”
-현실 때문에 실패를 생각한 적은.
“솔직히 예전에는 교회가 커지지 않으면 실패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개척 전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하지만 기쁘게 복음의 사명을 감당하는 목회자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마치 무림의 고수들 같았다. (웃음) 그들을 볼 때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교회 크기는 하나님 보시기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진짜 개척을 할 수 있었다.”
-개척을 해보니 무엇이 힘든가.
“장소를 알아보는데 LA 윌셔 불러바드는 아무리 싸도 스케어피트당 렌트비가 2~3달러씩 하더라. (웃음) 큰 교회에 있을 때와는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스스로 다 해야 한다. 교단 가입도 쉬운 게 아니다. 현재 가입을 준비중인 교단(KPCA)은 교인이 최소 15명이 있어야 한다. (웃음) 그동안 내가 목회자로 걸어온 길이 ‘참 편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런 환경을 처음 접하면서 그 안에서 많은 걸 발견한다.”
-어떤 교회를 추구하나.
“지금 시대는 가정교회부터 다인종교회까지 여러 모양의 교회가 있다. ‘복음’이라는 핵심 가치 안에서 다양한 모습의 교회들이 주어진 콘텍스트(상황)안에서 유연성을 갖는다. 우리는 ‘움직이는’ 교회다. 1.5세를 위한 교회로 장소나 건물에 매이기보다는 삶의 터전에서 성도로서 교회를 세워나가는데 주력하고 싶다.”
▶교회 웹사이트:(www.themovingchurchla.org)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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