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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도망? 그럼 새 역사 일어날 수 없어"

Los Angeles

2015.10.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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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최대 한인교회 형제교회
"PCUSA 남아 교단 개혁 힘쓸 것"
지난 6월 미국장로교단(PCUSA)이 결혼에 대한 의미를 남자와 여자가 아닌 '두 사람의 결합'으로 재규정했다.

이후 내부적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교회들의 교단 탈퇴 등 논란이 계속됐다. 게다가 PCUSA 규정에는 교단 산하 교회 건물은 모두 교단 명의이기 때문에 탈퇴에 앞서 교회와 교단간의 분쟁이 심화됐다.

이 가운데 한 한인교회의 행보가 화제다.

PCUSA 소속으로 시애틀 지역 최대 한인교회인 형제교회(담임목사 권준)가 "PCUSA에 남아 교단을 정화하고 개혁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권준 목사는 주일 설교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연방법원 판결과 PCUSA의 결정 등 너무나 참담한 상황 속에 교단에 남아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며 그간 복잡했던 심경을 밝혔다.

권 목사는 "그 가운데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사명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마다 각기 방법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무너져가는 교단과 하나님의 가치에 어긋나는 일에 대항하기 위해 남은 자의 사명을 감당하기 원한다. 살기 위해 도망가서 되겠는가. 그럼 새역사가 일어날 수 없다. 복음의 진리 안에 굳게 서서 회복과 개혁을 향해 하나님 뜻을 따라 믿음으로 담대히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 목사는 "사람들이 묻는다. 왜 그 길을 가느냐고…나는 내가 어떻게 하면 영웅이 되는지 안다. 내가 탈퇴하자고 깃발을 들면 영웅이 된다. 왜 그런 유혹이 없었겠나"라며 "PCUSA 목회자라서 초청받은 집회도 취소됐고,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것 아니냐며 오해와 소문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내 뜻인가, 하나님 뜻인가, 내 야망인가, 하나님 비전인가, 사람 의식하는 목회를 해야 하나, 하나님 의식하는 목회를 하겠는가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권준 목사와 형제교회측은 앞으로 교단 정화와 회복을 위해 반대 목소리를 적극 내기로 하고 세미나, 교단 노회장으로서의 역할 등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이번 형제교회의 결정은 향후 탈퇴 또는 잔류를 고민중인 한인교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PCUSA가 동성결혼 수용을 '강제령'이 아닌 각 교회의 '자율적 시행'으로 밝힌데다, PCUSA내 한인교회협의회 등이 반대성명 등을 발표하며 "그 결정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인교회들이 무작정 탈퇴하기보다는 신앙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편, 재산권을 두고 PCUSA와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던 롤랜드하이츠 지역 선한목자교회(담임목사 고태형) 사태는 교회 측이 치노힐스 지역에 건물(1300만 달러)을 새로 구입해 옮기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본지 2015년 8월27일자 a-3면>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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