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공식, '교회 크기 = 교회 건강'
하트포드종교연구소 ‘2015 대형교회 보고서’ 분석
“위험한 트렌드”라는 우려도
캠퍼스 교회 설립으로 확장 시도
인터넷 통한 온라인 사역도 집중
교회 구성원은 점점 다인종으로
전통 버리고 ‘탈교단화’ 대세
과연 몇 명이 모이면 '대형교회'로 불릴 수 있을까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교회를 언급할 때 '크기'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습니다. 오늘날 교회 크기는 영향력과 동일시됩니다. 교인의 증가는 '부흥'이라는 기독교적 단어로 해석됩니다. 목회자의 능력은 암묵 가운데 교인 숫자에 따라 판단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수많은 교회가 성장을 추구합니다. 거액을 들여 큰 건물을 짓기도 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종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한 대형화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지난 2일 리더십네트워크와 하트포드종교연구소가 '2015 대형교회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를 분석해보니 '교회 크기=교회 건강'이라는 등식에 의문 부호가 찍힙니다.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 대형교회 흐름과 한인교회들의 현실을 알아봤습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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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은 커졌지만 건강은…
대형교회는 매력적이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대형교회로 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4년 사이 교인수가 늘어난 대형교회는 71%였다. 대형교회 10곳 중 7곳의 몸집이 더 커진 셈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를 '매우 위험한 트렌드'라고 꼬집었다.
대형교회의 교인수는 증가했지만, 예배 출석 숫자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연 기독교 발전에 도움이 될까.
"매주 예배에 참석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2%에 그쳤다. 이는 2005년 조사(96%) 때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무려 14%가 줄었다.
조사에 참여한 대형교회들의 주일 예배 평균 출석률을 분석해보니 2696명이었다. 2010년 당시 대형교회들의 평균 예배 출석수(3800명)보다 낮아졌다. 대형교회의 예배당 의자수도 1200개로 2010년(1500개)보다 줄어들었다.
하트포드종교연구소 스콧 섬마 교수(사회학)는 "요즘 사람들은 일시적인 종교적 경험만 원할 뿐 정기적인 출석이나 교회를 위한 헌신은 기피한다"며 "사람들은 교회를 '내가 갈 수 있을 때 가는 곳(I get there when I can)' 정도로 여긴다"고 말했다.
대형교회의 '개교회 중심주의'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타교회와 교류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22%의 대형교회만이 "연합 예배 및 집회 등을 위해 교류했다"고 답했다. 2010년(38%)보다 교회 간의 교류가 더 뜸해진 셈이다. "사회봉사를 위해 교류했다"는 응답도 46%(2010년ㆍ61%)에 그쳤다.
◇축소를 통한 확장의 역설
요즘 대형교회는 생존 또는 교세 유지를 위해 역설적 전략을 택한다.
축소를 통한 확장이다. 유명세를 앞세운 '브랜드 파워'를 통해 지교회를 설립, 교세를 늘리는 방식이다.
현재 대형교회 중 절반이 넘는 62%가 "한 곳 이상의 '지교회(캠퍼스 교회)'가 있다"고 답했다. 2005년(27%), 2010년(46%)에 이어 지교회를 둔 대형교회는 계속 늘고 있다. 또, 대형교회들은 평균 3.5개의 지교회를 운영중이었다.
리더십네트워크 워렌 버드 박사는 "대형교회들이 과거처럼 한 지역에 정착하기보다는 곳곳에 캠퍼스교회를 세워 교세를 확장하다 보니 본 교회 자체 규모는 점점 작아지는 게 특징"이라며 "예산 지출이나 건축도 본교회보다는 캠퍼스 교회에 더 집중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오늘날 대형교회에는 주목할만한 특징들이 있었다. 인터넷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우선 대형교회 중 30%가 '온라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2012년부터 운영했다"고 답했다. 또, 대형교회의 36%는 인터넷 사역을 위해 한 명 이상의 풀타임 사역자를 두고 있었다.
온라인 교회는 21세기형 교회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기독교 월간지 '아웃리치매거진'이 발표한 미국 내 '100대 초고속 성장 교회'들의 주요 특징을 분석해보니 교회 웹사이트 접속을 통해 인터넷 예배, 온라인 헌금 등 클릭 몇 번으로 모든 종교활동이 가능했다.
공동체 구성원이 점점 '다인종화' 되는 것도 특징이다.
지교회가 있는 대형교회의 구성원은 특정 인종의 비율이 44%에 불과했다. 하지만, 캠퍼스 없이 한 지역에서만 운영되는 대형교회는 특정 인종의 구성원 비율이 73%로 높았다.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인종별로 형성되던 교회 형태가 이제는 다인종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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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의 주요 키워드 분석했더니…
역삼각형ㆍ젊음 추구
전통 탈피ㆍ초교파
복음주의ㆍ변화 기피
한때 ‘베이비부머(1946~1965년)’ 세대가 기독교로 대거 유입되고, 경제 발전과 맞물려 우후죽순 생겨났던 대형교회는 현재 변화를 겪고 있다.
몸집은 커졌지만 연령별 구성이 ‘역삼각형’ 구조로 바뀌고 있어서다.
우선 대형교회 내 35~49세 교인 비율은 23%였다. 10년 전(28%)에 비해 5%가 줄었다. 18~34세 교인 비율도 19%로 2010년(20%)과 비교하면 감소 추세다.
위기감을 느꼈을까. 현실적인 고민도 묻어난다.
대형교회들의 35%가 “젊은 세대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또는 “매우 중요한 사역 중 하나”라고 답했다.
또, 무려 86%의 대형교회가 “현재 13~17세의 청소년을 위한 사역 프로그램에 집중한다”고 했다.
대형교회들은 젊어지기 위해 전통을 버리고 있다. 예배 때 파이프 오르간 사용은 18%에 그쳤다. 5년 사이(28%) 무려 10%가 감소했다.
성가대도 사라지고 있다. “성가대를 운영 중”이라고 답한 대형교회는 35%였다. 이 역시 5년 전(43%)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대형교회의 영적 상태는 활력이 넘치고 살아있다”는 응답은 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2005년(65%), 2008년(53%), 2010년(56%)과 비교하면 최저치다.
그럼에도, 대형교회들은 대체로 변화를 기피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라는 질문에 37%의 대형교회만이 “강하게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2010년(54%)때 보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줄었다.
대형교회는 점점 ‘탈교단’ 또는 ‘초교파’를 지향했다.
조사에 응한 대형교회의 70% 이상이 ‘초교파(Nondenominational)’라고 답했다. 대부분 “우리의 신앙노선은 복음주의”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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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대형교회만의 고민 따로 있다”
이민자 정체성ㆍ세대간 괴리
교회 대형화 우려의 목소리도
한인 대형교회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출석 교인수가 2000명이 넘는 곳은 남가주 지역에만 나성영락교회, 남가주사랑의교회, 은혜한인교회, 베델한인교회, 주님의영광교회, ANC온누리교회, 인랜드교회 등 1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한인교계 관계자들은 “요즘은 성장세에 놓인 대형교회가 없다. 재정적으로도 예전처럼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성장보다는 ‘유지’에 힘을 쏟는 실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형교회의 어려움으로는 크게 ▶이민 1세대의 은퇴로 인한 공백 ▶젊은층의 교회 이탈과 교회의 노령화 ▶한인 1세와 2세 사이의 괴리 ▶저출산 등으로 인한 유아 감소 ▶기독교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탈교회 현상 등을 꼽는다.
한인 2세 사역자인 데이브 노 목사는 “이민 역사가 오래되면서 한인 2세대가 늘어나는 상황인데 현재 이들은 미국교회와 한인교회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놓여있다”며 “한인 2세 사역에 대한 뚜렷한 모델이나 대안이 없다면 수십 년 후에는 이민교회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고 다인종 교회를 추구하는 미국내 흐름과 달리 한인 이민교회는 오히려 ‘게토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대형화는 과연 필요할까. 의견은 분분하다.
교인 이성우(48ㆍLA)씨는 “선교 지원, 사회 봉사, 저소득층 돕기 등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사역은 아무래도 대형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또 새 신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많은 작은 교회보다는 다소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레 기독교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교회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권태산 목사(올림픽장로교회)는 “대형교회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교인들에게 큰 교회가 괜찮은 교회 또는 성공한 교회처럼 인식되는 게 위험한 것”이라며 “그러한 인식 가운데 대형교회 구조에 있다 보면 자칫 ‘나도 괜찮은 교인이겠지’라는 착각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학 목사(주님의교회)는 “대형교회는 덩치를 유지하려면 그에 따른 재정이 필요한데 현재 기독교의 상황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미자립 교회는 주변 대형교회에 교인을 흡수당하다 보니 생존이 어려워 문 닫는 곳이 늘고 있다”며 “교회의 대형화는 결국 양쪽 모두 공멸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은 대형교회들이 사역의 한계치를 설정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성장을 지양하고 분리 개척 등을 통해 교계가 공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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