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구단과 정면대결 '번복?' 골치 아픈 단장ㆍ감독 아니면 700만불 물어내고 풀어줘야 주류 언론도 초미의 관심
김현수(28)가 최강의 수를 뒀다.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김현수의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는 지난달 31일 "김현수가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현수는 기존 계약이 성실하게 이행되고, 공정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아 볼티모어 구단에서 메이저리거로서 선수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함구했던 김현수의 의사가 확인되므로써 이번 사태는 훨씬 더 혼란스러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벅 쇼월터 감독과 댄 듀켓 단장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내려가 경험을 더 쌓은 뒤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라"고 요청했다. 당초 김현수를 기용하려던 좌익수 자리에 룰 5 드래프트로 영입한 조이 리카드(25)를 내세우기로 하고, 개막전 로스터(25명)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리올스 구단의 행태는 여론의 격렬한 반발에 부딛혔다. 비록 '설득'과 '요청'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메이저리그 루키인 김현수에게 강요와 다름없는 압박을 가한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쥐었다. 최소한의 신분 보장을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리올스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려 압박을 통해 '동의'를 얻어내려다가 문제가 시끄러워진 것이다.
결국 김현수가 최후의 카드인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오리올스 구단도 골치가 아파졌다. 계약대로라면 구단은 방침을 번복해 개막 로스터에 넣거나, 아니면 700만 달러를 모두 보전해주고 방출시켜야 한다. 이 경우 김현수는 FA 신분이 돼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ESPN, FOX Sports 등 주류 미디어들도 김현수 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관심을 높이고 있다. 쇼월터 감독은 "이제 그 문제는 내 손을 떠났다. 단장에게 물어보라"며 골치아픈 표정을 지었다.
듀켓 단장은 "우리는 선수의 권리를 알고 있다. 그가 새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대화는 계속 될 것이다"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