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법에서 혼인과 헤어지는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신자 중에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교회법을 전공한 이 유스티노 신부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았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른 혼인절차는 어떻게 되나.
"크게 세 단계다. 결혼할 커플이 본당신부와 면담을 해야 한다. 그런 후 성당 주보(게시판)에 2주일 동안 혼인 공시를 내고 결혼날짜가 임박해서 고백성사를 본다. 이같은 절차는 혼인은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제도로서 사제가 되기 위한 것만큼이나 신중성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구에 따라서는 이외에 혼인강좌를 듣도록 한다."
-2주일 동안 공시하는 이유는 뭔가.
"둘 사이에 숨겨 진 불륜관계나 아이가 있는지 등을 본당 신부에게 알려달라는 뜻이다."
-결혼예식을 꼭 성당에서 해야하나.
"성당 외의 장소에서 할 때는 본당 신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타종교나 전통 혼례로 해야만 할 경우에는 교구 주교님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과거엔 신자끼리만 혼인이 성립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비신자와의 혼인은 초기 교회 때부터 허락되어 왔다. 한 번도 비신자와의 혼인을 금지한 적이 없다. 다만, 신자끼리의 혼인을 강력히 권고해 왔고 그래도 비신자와의 혼인을 원한다면 교회의 허락을 받도록 했을 따름이다. 바오로 사도는 신자와 비신자와의 혼인도 인정했다. '어떤 형제에게 신자 아닌 아내가 있는데 그 아내가 계속 남편과 함께 살기를 원하면, 그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1코린 7,12-16 참조)'. 교회가 신자끼리의 혼인을 권고하게 된 것은 현실적으로 결혼생활에서 종교가 여러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성경적 근거는 무엇인가.
"예수님께서 아내를 버리도록 허락한 모세의 율법을 변경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께서 맺으신 혼인을 인간의 힘으로 가르는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혼 대신에 '혼인 무효'를 선언함으로써 그 혼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이것을 입증하는 곳이 교회법원이다."
-어떤 절차인가.
"교회 법원에서 재판관이 혼인 당사자들과 증인의 증언을 듣고 나서 이 혼인이 처음부터 불가한 것이었으므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는 소송 절차이다. 물론 판사, 검사, 변호인이 모두 사제들이다. 다만, 검사를 '성사보호관'이라 한다. 성사 즉 혼배성사를 계속 보존하도록 하는 입장이고 변호인측은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다는 걸 입증하는 변호사 입장이다. 예전에는 이 판결을 두 번 받아야 했다. 수원교구라면 수원교구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고 서울대교구 법원에서 같은 판결을 한번 더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혼인 소송법을 개정하셔서 교구 법원 한군데에서만 혼인무효 판결을 받으면 된다.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던 복잡한 혼인 무효 소송 절차가 이제는 1개월 만에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황님이 이렇게 하신 이유가 뭔가.
"일부에서는 교회가 혼인무효를 조장한다고 잘못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당사자들이 신앙생활을 온전히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기간을 단축하여 본래의 교회생활로 빨리 돌아갈 수 있게 함이다."
-흔히 말하는 혼인 조당이란 어떤 상황인가.
"'혼인장애'의 옛 표현이다. 무효한 혼인을 맺어 불법적 혼인 상태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쉽게 말하면 하면 안 되는 혼인을 맺었다는 뜻이다. 교회법 1083조-1094조를 보면 12가지 혼인무효장애가 등장하는데 결국 가장 흔한 것이 교회법적이 아니라 세상 적으로 이혼하고 재혼한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불법적 혼인 상태에 놓이게 되면 하느님 앞에서 부부가 아닌 남녀의 동거가 이루어지고 예수님의 말씀처럼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는 자는 간음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고 공적인 대죄 상태에 있게 되므로 영성체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위자료나 자녀양육권은 어떻게 되나.
"교회법에서는 위자료를 다루지 않는다. 세상법정에서 결정할 사항이다. 자녀양육권의 경우는 부모로서의 양심(내적법정)의 문제로 해결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