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근육에는 수의근(voluntary muscle)과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 두 종류가 있다.
수의근은 말 그대로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근육으로 팔과 다리와 입의 근육이 여기에 속한다. 불수의근은 의지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으로 내장근의 대부분과 심장 근육이 여기에 속한다.
우사인 볼트가 아무리 근력 운동을 해서 100미터 세계 기록을 세워도, 스테판 커리가 꾸준한 연습으로 NBA의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워도 위와 심장의 불수의근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운동선수로 더 이상 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마저 위태로워진다.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근육은 사람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형성한 근육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그 근육으로 획득한 성공이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인 줄 안다.
노련한 농부는 농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짓는다고 말한다. 농부의 노력이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농부와 게으르고 미련한 농부 사이에는 엄청난 수확량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하늘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부지런하게 농작물을 가꿔도 소용이 없다.
일상과 평범함이 기적이고 신비한 일이다. 소화가 잘 되는 것, 심장이 잘 뛰는 것, 그리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것이 신비다. 지구가 느리거나 빠르게 돌지 않아 하루가 24시간인 것, 지구가 태양 주변을 꿋꿋하게 365일 만에 공전하여 사계절이 돌아오는 것이 기이한 일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40년 동안 만나를 먹고 살았다. 만나는 기름 섞은 과자 맛이었는데, 밤에 이슬이 진영에 내릴 때에 만나도 함께 내렸다. 만나가 처음 내릴 때 백성은 얼마나 신기해하며 감사했을까. 그런데 그 신기함과 감사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만나밖에 없다고 곧 불평하였다.
설령 백성이 40년 동안 만나를 감사했다고 해도, 광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만나를 자연으로 여긴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인류가 존재한 이래부터 존재한 것들은 모두 자연이라고 부른다. 기적과 신비로 여기기보다 당연하게 여겨 감사와 기쁨이 적다.
위와 심장 근육을 이루는 세포 하나를 사람들은 만들지 못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우주선을 만드는 사람들이 세포 하나를 만들지 못한다. 쓸데없는 대명사로 일컫는 낙엽 하나도 만들지 못한다. 최고의 첨단은 컴퓨터와 잠수함이 아니라 세포이고 낙엽이다. 나무의 낙엽이 썩어 자양분이 되고, 그것을 통해 나무가 다시 열매를 맺는 것, 이러한 순환과 흐름이 가장 앞선 첨단과학이다. 우리가 눈을 들어 자연에 담긴 능력과 신비를 찾아 발견하고 누린다면 우리는 더욱 만족하고 감사하는 자가 될 것이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서 위와 심장의 불수근근육과 비와 바람과 이슬을 빼앗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가진 것이 없어도 누리고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것이 널려있다. 이런 면에서 인생은 살만하고 신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