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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부적절한 행동'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

Los Angeles

2016.05.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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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웨이리서치 '목회자 의혹' 관련 설문조사
의혹 제기될 때 해결 방법
목회자 21% "잘 모르겠다"
대부분 성문제 밝히길 꺼려
교회 이미지 실추될까 '쉬쉬'
비공개 조사는 의혹만 양산
"조사 과정 투명한 공개 필요"


최근 LA한인타운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여자 전도사에게 음란사진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본지 5월18일자 A-1면> 피해자는 체류 신분 및 일자리(교회)를 잃을까 두려워 수개월간 아무 말도 못하고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지난 2013년 패서디나 지역 한 한인교회는 소문만 무성했던 담임목사의 불륜 문제가 결국 수면위로 떠올랐다. 담임목사는 논란이 커지기 전에 급히 사임을 발표했고, 당회는 교회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조용히 문제를 덮었다.

성역으로 인식되는 종교기관의 특성과 비밀스러운 성문제가 엮이면 '진실'이 드러나기란 쉽지가 않다. 유명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최근 목회자들에게 교회 내 성문제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목사의 부도덕한 행동이 드러났을 경우 교회를 사임하는 게 옳을까. 또, 복귀시기는 언제쯤이 적당할까.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성문제와 관련, 목회자에게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의혹이 있다. 이때 교회는 목사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목회자의 47%는 "교회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목회를 내려놔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31%는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의혹'이다. 밝혀지기 전까지는 설교단을 떠나서 안 된다"고 응답했다. 또, 21%의 목회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성문제 의혹이 불거질 경우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뚜렷한 지침이 없어 일단 목회직을 유지하겠다는 셈이다.

교회는 성문제에 대해서도 공개를 꺼리는 입장이다.

'목회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알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13%만이 "조사 과정을 모든 교인에게 밝혀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73%는 "조사할 동안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는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목사 10명 중 9명은 "교인에게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비공개로 해야 한다" 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목사는 15%에 그쳤다.

교회 내 성문제 공개와 관련해 목사와 교인들의 시각차는 있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목사 개인을 위해서라기보다 교회 전체를 위해 확실하지 않은 의혹은 함구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목회적 양심에 따라 교인들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뒤 목회를 내려놓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교인 데니 전(LA)씨는 "부도덕한 일로 의혹이 발생했다면 잘잘못을 떠나 일단 목회를 멈추고 공개적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교인들은 모든 과정을 알 권리가 있다"며 "그냥 사임만 하면 끝나는가. 투명한 조사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오늘날 교회 내 많은 문제가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국의 경우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의 성추행 사건 전말은 아직도 교계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전 목사의 사임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나중에 피해자들의 증언 등이 이어지면서 뒤늦게 비상대책팀(치유와 공의 TF팀)이 구성돼 재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성추행, 불륜 등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나 목회를 내려놓았다면 적당한 복귀 시점은 언제일까.

목회자들은 "잘 모르겠다(25%)"와 "영구적으로 복귀하면 안 된다(24%)"는 입장이 팽팽했다.

목회자들이 생각하는 정직 기간은 '최소 1년(21%)' '최소 2년(11%)' '최소 6개월(6%)' '최소 5년(5%)' '최소 3개월(4%)' 순이다. '그만둘 필요 없다(3%)'고 답한 목회자도 있었다.

LA지역 최의식 장로는 "교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사례나 복귀 시점에 대한 뚜렷한 기준 같은 게 없는 상태"라며 "특히 성문제는 한인교계 정서상 교인들에게 함구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목사가 사임하는 정도로 마무리를 짓는다"고 전했다.

각종 목회자 문제에 대해 제도화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병학 목사(주님의교회)는 "몇 달 동안 설교하지 않는 것으로 징계가 그친다면 피해자가 아직 아픔 속에 있고 세상이 두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그 결과를 누가 수긍하겠는가"라며 "각 교단은 목회자 재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목회자 상담을 활성화해야 한다. 성경교육은 물론 인성과 중독 등의 재교육도 실시돼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목회자들이 생각하는 복귀 시기는 연령과 인종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우선 65세 이상 목사 중 28%는 "영구적으로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55~64세 사이의 목회자들은 19%만이 '영구 제명'을 찬성했다. 또 40대 목회자 중 30%는 "최소 3개월~1년 후 복귀할 수 있다"고 답해 젊은 목회자일수록 복귀시기는 빨랐다.

또, 영구 제명 찬성은 백인 목사(8%)에 비해 흑인목사(25%)가 훨씬 더 높았다.

라이프웨이리서치 에드 스테저 대표는 "목사의 대부분은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스스로 보호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권태산 목사(올림픽장로교회)는 "교인들은 연약한 목사들을 위해 더 기도해야 한다. 성도들의 적극적인 기도 없이는 목회적 어려움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며 "앞으로 가짜 목사들이 나타나고, 많은 목사들이 넘어질 것이다. 성도들은 성숙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목사 중심이 아닌 '성경'이 중심된 신앙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는

라이프웨이리서치는 미국내 담임목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일대일 전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장로교, 감리교, 루터교, 침례교, 오순절파 등 다양한 교파에 소속된 목회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종의 다양성을 위해 흑인교회 및 소수 인종 교회도 포함됐다. 조사는 지난 3월9일~24일까지 진행됐으며 신뢰도는 95%(오차범위 ±3.2%)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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