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한국교회사 산책] 동학당과 일진회와 기독교

Los Angeles

2016.08.08 19: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옥성득 교수 / UCLA 한국기독교학
대한매일신보 1908년 10월 1일자 사설을 보면 1904년 여름에 만든 일진회의 전신은 동학당이었다. 동학도는 갑오년에 궐기했으나 청일전쟁을 불러와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고 일제를 한반도로 불렀다. 동학 잔당은 이후 100배 이익으로 되돌려 준다는 지도층의 감언이설에 속아 집과 땅을 팔아 매달 봉상전(奉上錢)을 10년간 헌금했다. 고관대작을 바라고 바친 그 돈을 우두머리들은 정치자금으로 횡령했다. 기근이 겹치자 재산을 날린 민중들은 각설이패나 도적떼나 화전민이 되었다. 농민들은 십승지지를 찾아 산골을 헤매거나 수십만 명이 일진회에 가입하여 일본군의 승전을 빌며 군수품과 군량미를 날랐다.

일진회가 대한제국을 일본에 넘기려고 을사늑약을 환영하자 개신교인들은 항일운동에 나섰다. 김구는 상동감리교회로 와서 도끼를 메고 반대 상소에 참여했다. 서울에 온 평양 교인들은 일본 순사대와 투석전을 벌였다. 교인들은 매일 구국기도회를 드리고 시장세를 반대하고 을사오적 처단을 시도하고 의병 전쟁의 일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친일파 스티븐스를 죽이고 하얼빈에서 이토 통감을 처단했다.

선교사들은 역사가 어린 교회가 정치운동에 휩싸이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보고 부흥운동을 통해 교회의 비정치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부흥운동과 구국운동을 동시에 전개했다. 일부 교인이 세속사를 무시했으나 다수의 교인은 나라 일과 교회 일이 하나님 나라의 일이요 나라가 망하면 교회도 설 수 없다고 보았다.

세계정세를 읽지 못한 민중 혁명은 외세만 불러 국난을 초래했다. 정치꾼의 욕망을 읽지 못하면 그들의 출세 길만 닦아준다. 사이비 사제가 신도의 종교 열정을 이용하여 자신의 살만 찌우고 성욕을 채운다. 매주 보도되는 개신교 목사들의 사기 횡령 간음 성폭행 표절과 이단의 유행은 나라와 교회가 함께 망하는 징조이다.

교회가 배라면 나라는 물과 같다. 정세가 요동치면 큰 파도에 배는 흔들린다. 위기의 나라와 위기의 교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법과 제도와 정치를 개혁하여 나라를 바로 잡아야 교회도 흔들리지 않고 순항할 수 있다. 교회는 좋은 정치가와 법관과 경제인과 학자를 길러야 한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