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공감, 사뭇 멀게 느껴지는 이 두 개의 단어를 하나의 구문에 넣어본다. 현대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차갑기 그지없는 느낌의 단어인 디지털,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이해한다는 의미를 가진 따듯한 느낌의 단어인 공감. 모순될 것만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이 주는 부자연스러움,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오히려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시대다. 과학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예전에는 상상 속에서만 이루어지던 일이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가능해졌다.
각종 질병도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나둘씩 정복해가고 있고,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 미신적인 상상으로 설명하던 자연현상들을 예측 및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도 손바닥 위에 작은 화면으로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의 공감 능력도 커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손쉽게 클릭한 번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인 것처럼 느끼며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감을 알고 있던가. 형제의 기쁨을 내 기쁨으로 생각하여 부둥켜안고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는 공감을 기억하고 있던가.
오히려, 클릭으로 할 수 있는 공감이 늘수록 울음으로 할 수 있는 공감이 줄어들고, 이모티콘으로 할 수 있는 공감이 늘수록 웃음으로 할 수 있는 공감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나는 과학기술계 종사자다. 인류역사를 바꿀 만큼 엄청난 기술과는 거리가 먼, 그저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쉬운 삶을 위한 컴퓨터 관련 기술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한다. 또한,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이 땅을 나그네로 살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신앙의 고백을 나누며, 그렇게 공감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나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과학기술자로, 살며, 일하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