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는 마음 하나로 모아야, 사랑 없이는 힘들어"
성 프란치스코 한인성당 김해원 가브리엘 주임신부
4년5개월 이민 사목 "행복했다"
임기 마치고 1월에 다시 귀국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이신데 꼰벤뚜알은 무슨 뜻인가.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함께 더불어 생활한다'는 뜻이다. 잘 알고 있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설립한 수도회이다. 우리 수도회 영성 중에서 작은 자의 '작아짐'을 추구하는 것(여기엔 가난이 포함되어 있다)과 지금 말한 '공동체성(함께 하는 것)'이 강조된다."
-4년 반 전 이곳에 처음 오셨을 때 어떠셨나.
"이곳으로 부임 받기 전에 인천교구의 갈산동 본당에서 사목했다. 한국과 신자들의 정서가 달라서 낯설었다. 내가 모르는 환경에서 주임신부로서 사목 방침을 정할 때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곳 현지의 상황과 신자들에 맞는 '맞춤 사목'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제와 신자들이 서로 시간이 필요했다."
-낯선 신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었나.
"낯설음 중에서도 '같은 한국인(핏줄)'이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졌고 그래서 공감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다른 것보다는 서로 같은 것에 더 의미를 두었다. 미국사회라는 내가 접해보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온 신자들과 한국에서 방금 온 사제로서의 내가 어떻게 서로 맞춰 하느님이 바라시는 공동체를 이루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나.
"사랑이었다. 그래서 사목 방침을 '사랑으로 하나 된 공동체를 이루자'로 정했다. 공동체는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하는데 그 마음은 사랑 없이는 힘들다."
-'한마음'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와서 크게 다르게 느낀 것이 신자들이 한국보다 본당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크게 갖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은 구획이 딱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 본당 소속이라는 공동체 느낌이 강한데 여기는 멀리서도 '친구 따라' '지인 따라' 성당을 정해 나온다. 그 친구가 다른 곳으로 가면 따라서 본당을 옮긴다.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내지는 구속력이 각자의 신앙생활에 중요한 이유는 '내가 속해 있는 곳'이라는 기본적인 신뢰감 때문이다. 힘들 때 언제라도 가서 쉴 수 있고, 그곳에는 세상에서 줄 수 없는 위로와 도움을 주는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신자들이 있다는 믿음이 바로 신앙 공동체(본당)인데 이것이 부족한 것 같았다."
-사목 실천을 어떻게 하셨나.
"한 식구라는 걸 느끼려면 우선 자주 함께 모여야 한다. 밥을 같이 먹고 함께 좋은 뜻을 세워 그 일을 해내는 과정을 통해서 소속감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강론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신자들 그것도 전체 신자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가능한 많이 마련하는 것이다. 설날 민속놀이, 어머니날 야외행사 외에 놀이기구를 부르고 음식 부스를 만들어 함께 즐기는 페어행사를 시작했다. 특히 페어행사는 이웃 주민까지 초대해서 내부적으로 신자들이 더 결속력을 갖게 된 것 같다. 후임 신부님께 페어 행사는 계속해 달라고 개인적으로 부탁드리려고 한다(웃음)."
-한국이나 이곳에서 사목 하시면서 신자들과 뜻이 엇갈릴 때 신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원인은 서로 오해와 소통부족일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본질로 보면 '신자들의 사제에 대한 신뢰' 인 것 같다. 사제도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저처럼 한국서 부임한 사제는 신자들의 말대로 이민자의 정서가 낯설다. 하지만, 사제는 어느 나라, 어떠한 다른 문화권에 있다 하더라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제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자신이 책임 맡은 신자들을 하느님을 향해 계속 나아가도록 이끌고자 하는 '불변의 사제 소임'이다. 설령 그 방법에 있어서 시행착오가 있어도 이같은 사제의 본심을 믿어준다면 힘든 불협화음도 풀어 갈 수 있다고 본다. 믿고 기다려주는 신자들의 마음이 곧 '사랑'이 아니겠는가. 항상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고 있는 사제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힘이 바로 공동체 신자들의 '신뢰와 사랑'임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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