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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통해 숨 쉬고 맥이 뛰는 건축물을 느끼게 하죠"

브로드 뮤지엄서 공연한 실험음악가 보라 윤

휴대전화ㆍ식기ㆍ목소리 등
생활 속 다양한 매체를 이용
소설ㆍ미술ㆍ자연현상까지
독특한 음으로 표현해 내


휴대전화는 물론 워키토키, 메트로놈, 사람의 음성, 식기, 물 등을 이용해 음악 연주를 해 온 유명 사운드 아티스트 보라 윤(Bora Yoon)이 '브로드 뮤지엄'(The Broad)에서 공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현대 실험음악의 창작 면모를 선보였다.

지난 4일 LA 다운타운의 '브로드 뮤지엄'에서 음성 학자로 불리는 유명 아티스트 줄리아나 스내퍼(Juliana Snapper)와 함께 한 보라 윤의 공연은 21세기 음악의 실체를 보여준 극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로 호평받았다.

브로드 뮤지엄에서 마련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의 독창적 창작 기획시리즈(The Tip of Her Tongue)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5회의 무대를 통해 전회 매진을 기록한 인기 프로그램. 보라 윤은 건축 구조를 인체의 부분으로 묘사한 줄리아나 스내퍼와 함께 브로드 뮤지엄의 소장품을 소리로 묘사한 독특한 사운드로 박수를 받았다.

현재 뉴욕을 주요 활동 무대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활발하게 공연하고 있는 세계적 실험음악인 보라 윤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 이번 공연의 의미는 ?

▶현대 미술관으로서 브로드 뮤지엄이 지닌 건축학적ㆍ예술적 면모를 소리로 어떻게 전환해 묘사할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맞췄다. 줄리아나 스내퍼는 '서로의 목에서(At Each Other's Throats)'라는 제목으로 건축물을 사람의 몸으로 묘사해 음을 만들어냈고 나는 브로드 뮤지엄의 건축적 미학과 전시 작품을 '음향 회로(Sonic Circulation)'라는 제목으로 소리로 전환해 표현했다.

예술의 현대적 의미는 어느 한 부분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나는 작곡가이고 음을 연구하는 뮤지션이지만 늘 건축과 공간에 관심을 가져왔다. 브로드 뮤지엄이 지닌 건축학적 독창성은 이미 유명하지만 특별히 나의 관점에서 공간과 곡선 직선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건축물은 사운드로 표현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이 건물의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어떤 생물학적 존재의 마음 속으로 들어서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바로 이번 공연의 의미다. 건축물에서 소리를 통해 숨 쉬고 맥이 뛰는 존재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 실험 예술 분야에서 유명인이 다.

▶그동안 링컨 센터, 브루클린음악 아카데미 등을 비롯 싱카포르 아츠페스티벌,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폴란드 월드 컬처 페스티벌 등 여러 곳의 국제 페스티벌에서 초청받아 공연했고 한국의 백남준 미술관에서도 공연했다. 내가 추구하는 분야가 현대 예술의 지향 방향과 같아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갖고 초대한다.

-실험 음악을 하게 된 동기는 ?

▶나도 전형적 한인 가정의 자녀처럼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음악을 접했다. 그리고 교회 성가대와 학교 합창단에서도 노래하며 음악의 세계 속에 들어갔다. 나이가 들면서 팝뮤직과 영화음악,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는데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작곡도 했다. 음악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가 열리게 되었다. 모바일 폰을 비롯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생활 속의 다양한 매체로 음을 만들어 내는데 호기심을 갖고 실험하면서 점차 이 분야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공간과 시각, 음각, 촉각을 연결하는 힘은 호기심에서 길러졌다. 귀를 기울여 보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곳으로부터 독특한 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셀룰러 폰을 두드리다 그 곳에서 울려나는 음의 조화에 주목하게 되면서 전화기를 연주에 이용하게 됐다.

- 소설이나 스토리를 소리로 전환하기도 했는데.

▶특별히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나에게 영감을 준다. 그의 소설을 무대로 옮긴 에딘버러 페스티벌의 멀티미디어 연극 '태엽감는 새의 연대기(The Wind-Up Bird Chronicle)'에서는 다양한 악기와 물건으로 그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무라카미의 글은 인간의 정서를 아우르는 감정 뿐 아니라 음악, 미술 등의 예술은 물론 심지어 자연 현상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의 글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세상을 음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세계적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나는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전라도가 고향이다. 전라도는 판소리의 고향 아닌가. 내가 우리 고유의 소리에 주목하게 된 것도 또한 내 안에 흐르고 있는 소리에 대한 감각이 나를 일깨운 것도 모두 고향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한인은 상당히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지닌 민족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 속에 비춰진 한인의 상은 무엇이었나? 성매매 여성, 갱스터 아니면 공부밖에 모르는 너드 이런 부정적인 면으로만 묘사된 한인의 이미지를 부수고 우리의 실제적인 면모를 알리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내 안에 형성돼 있었다. 내가 한인의 우수한 음악성을 세계 무대에 알리게 된 것도 이런 열망이 작용했다.

-다음 프로젝트는?

▶몇가지 멀티미디어 작업과 작곡이다. (Creating a new multimedia song cycle, in response to Laurie Anderson's 1984 durational performance work, United States I-IV, composing a new work for Alarm Will Sound's violinist Courtney Orlando, and a new work for cellist Ashley Bathgate from Bang On A Can Allstars.) 될 수 있는대로 다양한 매체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싶다.

- 실험예술 분야에 관심있는 젊은층에 대한 조언이라면.

▶아티스트에게 있어 창작이란 롤러 코스터와 같다. 오르락 내리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라이드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실험적 예술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아티스트는 우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 나의 뿌리는 어디에서 연유되었는지 자신에 대한 실체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참다운 예술은 나오지 않는다.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야 예술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은 맞다. 또한 예술가로의 성공도 얼마나 자기를 파악하는데 성공했는가에 달려 있다. 남을 모방해서는 결코 안된다. 흐름에 묻어가서도 안된다. 예술에서 독창성이 중시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의 존재, 내 것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나를 찾아야 한다.

◇보라 윤은

1980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이타카 칼리지(Ithaca College Conservatory of Music and Writing)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재학 중 존 레논 작곡 경연대회 등 여러 음악 경연대회에서 입상했다. 이노바 레코드 (INNOVA Recordings), 스월 레코드(Swirl Records) 등에서 앨범을 출반했다. 링컨센터·카네기홀·구겐하임 뮤지엄 등 여러 유명 문화기관에서 공연했으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예술 기관으로부터 초청 연주회를 열고 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작곡으로 박사과정 중이다.


유이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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