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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민연금연구원 성직자 소득 보고서(하)…"일반 직업 겸임 허용 시급해"

Los Angeles

2017.02.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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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목사 월평균 1763달러
주류 교계는 월평균 3800달러
목회자 봉급 체계 시스템 갖춰야
일부 제외하면 대부분 열악한 삶
한국은 목사의 '이중직' 금지해
요즘은 자비량 목회 느는 추세


성직자의 처우가 열악하다. 낮은 평균 소득때문에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목회자는 대다수다. 목회자들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중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경우 고액의 사례비는 물론이고 주택보조비, 품위유지비까지 지급되는게 현실이다. 최근 한국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성직자 노후소득 보장 실태 분석' 보고서는 종교계 성직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보고서를 통해 개신교가 다수인 미주 한인교계 목회자들의 처우 개선과 대안 등을 알아봤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목회자의 월평균 수입은 202만원(약 1763달러)이다.

미국 주류 교계는 어떨까.

연봉 정보회사인 '페이스케일(Pay scale)'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 목회자의 평균 연봉은 4만6600달러다. 월평균 3800달러를 사례비로 받고 있는 셈이다. 한인 목회자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인 2세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전반적으로 미국 교회들은 규모가 작아도 봉급 체계나 목회자 처우에 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목사들이 기본 생활을 할 수 있게 교회가 지원을 해준다"며 "이는 목회라는 개념에 대해 성직과 직업의 의미를 균형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 때문에 가능한데 한인교계가 배워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주류 교계에도 예외의 경우는 있다.

우선 최근 미국내 최대 자산을 보유한 목회자 8명이 발표됐다. 본지 2월14일자 A-2면>

TV부흥사로 유명한 케네스 코플랜드 목사의 경우 자산만 7억6000만 달러다. 교회 캠퍼스내에 개인 비행장과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고급 맨션이 있을 정도다.

한인들에게도 유명한 '긍정의 힘'의 조엘 오스틴 목사(4000만 달러·레이크우드교회),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유명한 릭 워렌 목사(2500만 달러·새들백교회) 등도 수천만 달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30여 권이 넘는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2500만 달러) 역시 순위에 들었다.

한인교계도 일부 중대형교회 목회자의 경우 대다수의 목사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남가주 지역 한인 대형교회인 B교회는 담임목사 사례비로 월 1만763달러(2015년 기준)를 책정했다. 물론 은퇴연금, 목회 연구 및 도서 구입비, 자동차 리스, 목회 활동비, 휴가 지원비, 건강보험료 등은 별도로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급여는 이보다 더 많다.

또 다른 남가주 지역 S교회는 담임목사에게 월 1만 달러(시무비 4000달러. 주택보조비 4000달러.활동비 2000달러)를 지급한다.

미주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시무장로로 재정을 담당했던 유기범씨는 "목회자 사례비는 괜히 공개했다가 자칫 많은 교인들이 시험에 들 수 있다"며 "하지만 목회자들이 신학교 졸업후 목회지를 구할 때 왜 중대형교회들을 선호하겠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게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소수의 목회자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적은 소득으로 열악한 생활을 살아간다. 목회외에 다른 직업을 통해 수입을 얻거나, 사모(아내)가 함께 맞벌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LA지역에서 사역 중인 정모 목사는 "사실 목사라는 직책이 워낙 불안정한 직업이다. 생계 보장이 안되면 솔직히 목회에 대한 본질적인 소명이 현실과 상충할 수밖에 없다"며 "택시운전부터 빌딩 청소까지 안해본 게 없다. 하지만 교인들은 목사가 일을 한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목회자=성직'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목회자는 '성직'이기 때문에 세속적인 것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성속 이원론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인교계 관계자들은 현재 빈부격차가 큰 교계 토양 자체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은 목회자의 '이중직' 허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생계형 목사가 많다는 셈이다.

최근 한국의 경우도 '목회자의 이중직'이 공론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내 주요교단들은 목회자가 목회외에 다른 직업을 가질때는 실제로 규제를 하진 않지만 교단 법을 통해 이를 직·간접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데니 한(32ㆍLA) 목사는 "한인 교계에서는 암묵적으로 목회자의 이중직을 달가워하지 않는 게 사실인데, 그러한 시각은 수많은 목회자가 생계에 시달리는 현실을 대안도 없이 외면하는 처사"라며 "목회자도 생계가 힘들면 당당히 다른 직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목사라면 그 직업도 '성직'처럼 감당할 수 있어야한다. 교단들은 하루빨리 이중직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젊은 신학생 또는 목회자들의 경우는 이미 이중직을 통해 목회와 생계를 구분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교회에서 대학생 담당 사역자로 활동하는 존 김(35) 목사는 "현재 주중에는 회계사(CPA)로 활동하고 있다. 오히려 생계가 안정되다보니 사역에만 본질적으로 전념할 수 있어 좋다"며 "목회를 하다가 현실적인 문제에 시달리다 보면 오히려 사역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고, 특히 재정이 어려운 교회일 경우는 경제적 상황이 부담될 수 있기에 차라리 목사가 직업을 갖고 목회를 하는게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브 노 목사는 변호사로도 활동중이다.

노 목사는 "요즘은 오히려 목회자가 사회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신학에만 함몰되지 않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 뛰다보면 목회적 영역이나 시각이 더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 목회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그럴수록 목사도 그런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자비량 목회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게 필요한 시대"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다른 종교 성직자들의 소득은 개신교 목회자보다 훨씬 더 적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천주교 사제는 102만 원(약 890달러), 불교의 승려는 99만 원(약 863달러)이었다.

개신교 목회자가 타종교 성직자보다 소득이 높은 이유는 목사의 경우 독신을 추구하는 타종교와 달리 결혼이 가능하고 부양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생계를 위해서는 타종교인에 비해 생활비가 더 필요한 셈이다.

미주 지역 원불교의 경우는 교무의 기본 수당이 38만 원(약 310달러ㆍ기혼교무는 76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미주 지역의 경우 100~200달러를 더 받지만 교당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다.

LA지역 가톨릭 사제 역시 교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800~1500달러의 월급이 지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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