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가 없는 냇물은 심심하고 역경이 없는 인생도 싱겁다. 이렇듯 진부한 문장으로도 감동할 수 있음에 나는 감사한다. 마디의 절제와 결핍을 이해하게 된 그 호된 병치레와 나이 듦에 대하여도 감사한다.
내 집 거실에는 남편과 여러 날 고민 끝에 사다 심은 만년 청이라는, 대나무처럼 생긴 화초가 있다…' (산문집에 포함된 글 '마디' 중)
"고인 물이 아주 잠잠한 듯 보여도 일렁이고 있는 거 아세요."
수필가 이성숙(53)씨가 겉표지가 예쁜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고인 물도 일렁인다'(소소담담). 이씨의 첫 산문집이자 그가 세상을 향해 흘려보낸 첫 물줄기다.
그는 책 출간을 기념해 출판 기념회 대신 '북콘서트'를 기획했다. 책을 먼저 읽은 3명의 패널과 사회자 그리고 참석자들까지 작가에게 묻고 답하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다.
"작가를 이해하고 읽으면 책이 더 재미있잖아요. 작가의 생각도 들어보고 책 속에 나오지 않은 얘기들도 알 수 있는 자리죠."
이씨의 산문집에는 그의 삶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30년 전에 쓴 글부터 최근 쓴 글까지 30년의 세월을 넘나든다.
사실 지금은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지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주부로만 살았다.
크리스천헤럴드 편집국장인 이씨는 재미수필문학가협회와 미주기독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하고 있다.
"고인 물은 저의 과거예요. 가부장적인 집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연애 한번 못해보고 바로 지리산 밑 산골짜기에 시집을 갔어요. 그렇게 내 자신은 없이 누군가의 딸로 또 아내로 그리고 엄마로 살았죠. 근데 제 속에 계속 일렁이고 있었더라고요. 누구의 아내로 집에서 꽃처럼 있는 여자가 아니라 내 이름을 갖고 살고 싶다는 욕구요."
그는 10년 여전 갑상선암에 걸리면서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삶에 변화를 주는 것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았다.
"용기를 얻게 되는 계기가 있었어요. 딸이 학교 대표로 나간 목월문화제 백일장에 같이 갔다가 글을 써서 냈는데 딸은 떨어지고 제가 장원이 된거죠. 용기가 됐어요."
이후 그는 딸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솔직히 딸에게 유학을 가자고 권유했죠. 집안 분위기상 딸 혼자만 보내지는 않을 것을 알았으니까요. 사춘기에도 해보지 않았던 반항 같은 거였어요."
이후 그는 또 다른 인생을 미국에서 펼치고 있다.
"전 제 인생이 너무 재미있고 너무 행복해요. 고인 물이 세상을 향해 흐르기 시작한 거죠."
북콘서트는 내달 6일 오후 6시 드림웨딩홀(3255 Wilshire Blvd.)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