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한인학생 자살 '조승희 닮았다고 할까봐…' 우울증
Los Angeles
2008.04.15 19:43
'친구 사귀기 어려워' 작년 12월 비극, 사전 제보 있었지만 학교·경찰 무관심
"친구들이 조승희를 닮았다고 할까봐 두렵습니다."
지난 해 4월 버지니아 텍에서 발생한 조승희씨의 총격 난사사건 이후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한인 남학생 데니얼 김씨(21.사진)이 '학교친구들이 나를 조승희로 착각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김씨의 자살은 학교와 경찰 측에 사전 제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하게 지나쳐 발생했다는 점에서 학교측과 경찰측에 대한 비난이 일고있다.
15일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김씨의 여동생 자넷은 부모로부터 '오빠와 연락이 안된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 한달 전 경찰이 오빠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돌아 간 터라 자넷은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오빠 어디야?" "가족 모두 걱정하고 있으니까 제발 연락 좀 해줘."
전화 응답이 없는 오빠에게 자넷은 문자 메시지를 계속 보냈지만 김씨는 결국 학교에서 7마일 떨어져 있는 그의 자취집 차고에 있던 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졸업반이던 그는 꽃다운 나이에 그렇게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그로부터 4개월 가량 지난 지금 그의 가족들은 "학교측의 무성의로 데니얼이 죽고 말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조승희를 닮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까봐 두렵다고 하소연을 자주 했으며 특히 아시안이어서 친구 사귀기도 어렵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인 기피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김씨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채 등교하기 시작했고 자살하기 몇 달 전부터는 아예 등교를 하지 않았다.
김씨의 자살시도를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은 인터넷 게임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에서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션 프리부시.
뉴욕주에 살던 그는 버지니아 텍 헬스 센터에 “데니얼이 최근 자살을 위해 권총을 구입했다. 심각한 상황이다. 절대 농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접수한 학교측은 경찰에 신고했고 김씨를 방문해 인터뷰한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뜻의 ‘C-4’라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30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무성의한 질문 몇 개만을 했을 뿐이었으며 학교측 역시 교내 상담가와의 면담조차 주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학교측은 그의 가족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의 아버지 윌리엄 김씨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의 셀폰을 아직 사용하고 있으며 아들의 시체가 발견된 승용차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아직 몰고 다니고 있다.
버지니아 텍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신승우 기자 [email protected]
# 한인 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