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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의 휘뚜루 마뚜루] 미셸 위를 위한 변명

Los Angeles

2008.07.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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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가 남자 골프대회인 리노-타호오픈에 출전한다고 밝힌 후로 연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셸 위는 지난 23일 이달 말부터 8월3일까지 네바다주에서 열리는 PGA 대회에 초청선수로 나서기로 했다. 하필이면 지난 19일 LPGA 스테이트팜 클래식 2라운드 후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제출해서 실격을 당한 뒤라 팬과 언론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미셸 위가 서커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셸 위는 여자 대회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 타임스는 심지어 미셸 위가 스코어카드 사인 미스로 실격한 것까지 더해 "그녀는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골프잡지 '골프 위크'의 렉스 호가드 기자는 '도대체 언제쯤 깨달을 것인가'라는 제목 하에 "빅리그에서 이미 8전 전패한 미셸 위는 리노-타호오픈이 열릴 몬트루골프장(7472야드)의 1번홀 티박스에 오르기 전에 이미 기진맥진할 것"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미셸 위가 그 동안 LPGA 투어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채 '외도'를 자꾸 하니 일견 당연한 비난이기는 하다. 특히 지난해 PGA 소니오픈에서는 컷 기준에 무려 14타 뒤진 사실상 꼴찌를 한 데다 8번의 LPGA 대회에서조차 5차례나 기권 및 컷오프됐고 간신히 컷을 통과한 3개 대회 성적도 삼성월드챔피언십 19위가 최고였을 뿐이었다.

손목 부상이 겹쳤다고는 해도 워낙 부진하자 미셸 위의 남자대회 출전이 비난의 표적이 됐다. 이에 올시즌 개막에 앞서 미셸 위도 "2008시즌엔 남자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LPGA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팬들은 적어도 미셸 위가 LPGA에서 1승쯤은 하고 PGA에 나서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셸 위는 기회가 가장 좋았던 스테이트팜 클래식 실격으로 '이무기'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또 남자대회라니….' 분명 미셸 위의 도전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타이거 우즈가 주니어 아마추어 대학무대를 차례를 평정한 후 PGA 큰무대에 나선 것과 크게 비교된다.

물론 미셸 위가 차분히 계단을 밟아 정상에 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올해 이 시점의 미셸 위는 다른 선택이 별로 없어 보인다. LPGA 출전권이 없는 탓에 미셸 위는 올해는 LPGA 1개 대회 밖에 더 나설 수 없다.

출전권이 없는 프로는 한시즌 LPGA 6개 대회에만 초청받아 출전할 수 있다는 협회 규정 때문이다(US 브리티시오픈은 제외). 미셸 위는 8월 중순 열리는 캐나디언여자오픈에 시즌 마지막으로 출전한다. 대회 출전을 위해 스탠포드 생활까지 미뤘는데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부딪칠 기회가 거의 다한 셈이다. 미셸 위는 비록 LPGA 우승은 못했지만 그만한 성적을 낸 선수도 많지 않다.

미셸 위는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3위 이내 입상한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2년간 크게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대회 실력으론 최정상급이다.

리노-타호 출전 사실을 밝히면서 미셸 위도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미래를 위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지금 미셸 위에겐 리노-타호가 굳이 남자대회가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LPGA 수준 이상 대회에서 뛰며 경쟁할 기회를 한 번 더 만들었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셸 위도 캐나디언오픈까지 해서 상금랭킹 80위권에 들지 못하면 올해 말엔 결국 Q스쿨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길도 모른다'며 우려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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