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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7가] '진상' 될 베이징 올림픽 야구

Los Angeles

2008.07.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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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겸/스포츠부장
모든 것은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변화는 흐름입니다. 막을 수가 없습니다. 흐름 그 안에 그 무엇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운동 에너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는 가장 흐름의 스포츠입니다. 한 경기에서도 수 많은 변화의 연속입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식도 아닙니다. 갑자기 봄에서 겨울로 건너뛰는가 하면 곧바로 여름이 옵니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게 야구입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에서 '희한한' 야구가 등장할 모양입니다.

연장 10회까지 승부가 안 나면 11회부터 양팀 모두에 똑같이 무사 1 2루의 기회를 준 뒤 거기서 나오는 점수로 이기고 지고를 가르는 '승부치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때부터는 타순도 마음대로 짜고 승부가 날 때까지 마냥 'Go'라고 합니다.

미국 사람이 회장인 국제야구연맹의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그 사람에 따르면 야구는 시간 제한이 없어 안전요원 배치 이동 약물검사 TV 중계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야기시켰고 그래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제외된 만큼 다시 정식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채택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장 일본이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대회를 2주 남겨놓고 출전국들과 협의도 없이 규칙을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미 항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한국은 재빠르게 주판알을 튕기며 대책수립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투수들의 퀵 모션이 빠르고 빠른 선수들이 많은 한국에 승부치기가 불리할 게 없다고 하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동등한 조건이라면 투.타에서 앞선 팀에 유리한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절차의 부당성과 유.불리는 차치하고 승부치기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은 야구의 본질을 깡그리 부정한 발상이란 점입니다.

야구는 가변성이 핵심입니다. 둥근 배트로 둥근 공을 치기에 그렇습니다. 변화의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기에 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끝장을 볼 때까지 가는 것입니다.

야구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에 자주 비유되고 각본 없는 드라마의 맨꼭대기에 자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흐름 속에 내재된 변화의 가능성과 연속성을 인위적으로 막고 다시 백지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야구의 본성을 죽이는 짓입니다.

허름하고 추레한 것을 속된 말로 '진상'이라고 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참으로 '진상'인 야구가 벌어지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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