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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이라크?…대통령 취임 1년 뒤 백악관은

Los Angeles

2008.08.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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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미국 vs 매케인의 미국' 가상 시나리오
11월4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번 대선은 8년간 집권한 조지 부시 정부의 노선이 계속될지, 아니면 완전히 바뀔지를 결정한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이 각각 당선됐을 경우 취임 1년 후를 기준으로 미국의 변화를 가상 시나리오로 꾸몄다.

두 사람이 그동안 발표한 외교·정치 등 분야별 정책을 토대로 했다.

버락 오바마 땐
'악의 축' 이란과 정상회담 마친 오바마
'김정일도 곧 만나는데…문제는 경제야'


취임 1년을 맞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전용 비행기인 '에어포스 원'의 좌석에 등을 붙이고 안전벨트를 맸다. 수시간 뒤 비행기는 워싱턴에 도착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불리던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다니…."

그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세계지도에서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악담하던 아마디네자드가 "이스라엘은 이란의 친구"라고 말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중동 평화를 성사시킬 수 있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발표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시리아도 몇 달 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의 평화협상은 지지부진하지만 다소 진척이 있었다. 강한 국제 공조 덕에 이란이 완전한 핵사찰에 동의할 날도 머지않았다.

지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나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미합중국을 만들겠다"는 취임사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가장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말보다 행동이 중요했다. 취임 직후 공약 실천에 착수했다.

가장 공을 들인 건 이라크 철군이었다. 취임 후 3개월마다 2개 여단씩 철수시켰다. 14만 명에 이르던 이라크 주둔 미군은 6만 명으로 줄었다. 대신 3만6000명이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은 6만 명으로 늘었다.

오바마에게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다가왔다. "각하 북한에 간 조셉 바이든 국무장관이 회담이 순탄하게 풀렸다는 보고를 해 왔습니다." 바이든은 북핵 협상을 위해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미 사찰단이 북한 현지에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P)을 검증하는 데 동의했다. 북한에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설득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큰 진전이다. 그는 "북핵이 해결되면 김정일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성사되면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다.

"외교 현안은 거의 풀렸으니 이제 경제에 집중해야지." 오바마는 혼잣말을 했다.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를 흔들었다. 취임하자마자 연소득 5만 달러 미만인 근로자의 세금을 줄였지만 저소득층은 여전히 살기 힘들다. 경기부진에 기업이 고용을 꺼리며 일자리도 쪼그라들었다.

의료보장 제도 개혁은 손도 대지 못했다. 2010년 말 시한인 부시 전 정부의 고소득자(연봉 25만 달러 이상) 감세정책은 연장하지 않기로 민주당 지도부와 협의했다. 이렇게 하면 모든 어린이에게 공적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저소득층도 가구당 2500달러만 내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공약에 따라 재협상을 지시했다.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더 개방하라"는 게 미국 측 요구다. 한국 정부는 "끝난 협상을 다시 할 수 없다"고 반대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화당은 "오바마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비행기의 진동이 멈췄다. '에어포스 원' 계단을 내려가는 오바마의 머릿속은 경제 문제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최지영 기자

매케인 땐
'한·미 FTA 체결' 의회 지지 얻은 매케인
'그런데 말야, 북한·이라크만 생각하면…'


“부통령이 경제를 꾸리게 한 건 잘한 결정이었어.”

취임 1주년을 맞는 존 매케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생각에 잠겼다. 투자은행가 출신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부통령으로 지명해 경제에 문외한인 그를 보완하게 한 것이 대선뿐 아니라 집권 이후에도 도움을 줬다.

그는 취임 이후 경제 회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공약인 감세 관련 법안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어렵게 통과됐다.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한 감세 법안이 통과되자 부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소비가 살아나며 미 경제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움츠러들던 기업들의 투자도 다소 살아났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어 서민들의 삶이 여전히 팍팍한 것이 그의 마음에 걸렸다. 빈익빈 부익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케인은 ‘파이를 키우면 몫도 늘어난다’고 생각해 경제 성장이 빈부 격차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어렵게 의회 비준을 받았다. 매케인이 FTA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직접 설득해 결국 근소한 표차로 통과됐다. 오랜 의정 활동을 통해 민주당의 상·하원 의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것이 도움이 됐다.

경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반면 대외정책은 꼬여만 갔다. 이번에 일주일간 순방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정상들은 은근히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정책이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를 어긋나게 했다”며 매케인을 부시에 빗대기도 했다.

이라크와 북한 문제도 지지부진하다. “이라크전을 승리로 끝내야 한다”는 공약으로 보수파 세력을 결집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이라크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이라크 내 종족 분쟁은 해결 기미가 없다. 테러로 미군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라크 철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쟁에서 이기면 귀환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기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TV 토크쇼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됐다.

대북 정책도 생각만큼 진전이 없다. “김정일과 조건 없이 대화해 핵 폐기를 끌어낸다는 건 환상”이라며 부시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지만 새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경제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북한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보수파 내에서도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매케인 정부 내에선 부시 전 정권과 차별화한 정책을 내놓을 시기가 됐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매케인은 “지구온난화에 좀 더 목소리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시는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해 환경론자들의 비난을 샀다.

매케인은 유럽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오염이 없는 대체에너지 개발로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로 충격을 받은 뒤 10년 내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발표해 실현시켰지. 나도 ‘10년 내에 석유 대신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미국을 만들겠다’고 발표해 이를 실현한다면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들지 않을까”라고 조용히 자문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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