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에서 매운 맛이 나는 것은 씨앗을 못 쓰게 만드는 곰팡이를 막기 위해 고추가 갖춘 자기 방어 시스템으로 밝혀졌다.
워싱턴 주립대 연구진은 볼리비아에서 자라는 야생 고추를 연구한 결과 고추가 씨를 퍼뜨리기 위해 새가 좋아하는 당분과 지방을 사용하지만 곰팡이 역시 이런 성분을 좋아하고 고추 씨앗을 망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곰팡이를 옮기는 진딧물 같은 곤충이 흔한 지역일수록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높은 반면 곤충이 적고 곰팡이도 적은 지역의 고추는 캡사이신 성분이 적어 기껏해야 피망 정도의 약한 맛에 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토마토 등 다른 열매도 씨앗이 숙성하는 동안 외부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각종 화학 성분을 축적하지만 대부분의 열매들은 일단 익으면 화학적 방어력을 잃어 곰팡이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서 고추는 이와 반대로 익을수록 방어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캡사이신 성분이 일으키는 열로 인한 통증을 새들은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여전히 고추를 먹고 씨를 퍼뜨리지만 곰팡이는 캡사이신 성분에 매우 민감해 접근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고온 다습한 지역에서는 대부분 식품이 각종 미생물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미대륙 최초의 농작물인 매운 고추를 음식에 넣으면 안전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추가 사람들의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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