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환율은 3주 전 보다 달러당 무려 86원 급등한 114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근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왔던 유학생과 기러기 가족들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송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감내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송금 중단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송금 일시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유학생도 나오고 있다.
유학생.기러기 가족은 우선 살림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가뜩이나 개스비 등 물가가 오른 상황에 환율까지 덮쳐 기본생활이외에 쓸 돈이 없다.
송금이 일시 중단되거나 송금액이 기본 생활비에 모자랄 경우 일단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꾸려나가기도 한다.
심지어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돈을 꿔 생활비로 대체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갚겠다는 생각이다.
UCLA 박사과정에 있는 김모씨(33.유학생) 부부는 "며칠 전 아버지가 '환율이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주변 사람들에게 빌려 쓰라'고 해 당혹스러웠다"며 "솔직히 미국에서 돈 빌리는 게 쉬운 일인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녀 둘을 둔 기러기 엄마 이 모씨(42.라크라센터 거주)도 형편은 마찬가지.
“한달 평균 생활비로 6000여 달러를 쓰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기 몇 달 전보다 한국에서 송금하는 액수가 무려 1000달러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부족분을 신용카드로 메꾸다 보니 빚이 부쩍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UC 어바인에 재학 중인 박 모군은 오는 15일까지 등록금 9000여 달러를 납부해야 하지만 한국서 송금이 지연되는 바람에 아직 못내고 있다. 박 군에 따르면 지난 달 송금액보다 200만원 이상을 더 부담하게 된 부모가 지금 송금을 해야 할지, 며칠 더 기다려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이와 달리 내주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한국의 가족들에게 송금을 계획하고 있는 한인들은 ‘이때 제대로 효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되레 들뜬 기분이다.
환율 상승으로 한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