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사라지고 공사장 흙먼지만···오늘 9·11테러 7주년 '그라운드 제로를 가다'
New York
2008.09.10 15:56
존스트릿 한인업소 절반으로 감소…유일한 한국음식점도 최근 문 닫아
“9·11 이전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로어맨해튼 존스트릿 일대. 테러공격이 있기 전에는 존스트릿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면 쌍둥이 빌딩의 웅장한 모습이 오가는 행인을 압도했다.
그만큼 브로드웨이를 사이에두고 쌍둥이 빌딩과 가까웠고, 빌딩 입주자 수천여명이 자주 찾았던 상권이 바로 존스트릿 일대다. 9·11 테러 이후 7년이 지난 이곳을 둘러봤다.
◇북적이던 인파는 어디로= 테러 이전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존스트릿은 인근 쌍둥이 빌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그라운드 제로를 보러 온 관광객들과 인근 사무실 직원들이 이따금 존스트릿을 들른다. 재개발 공사를 진행하면서 그나마 있던 사무실들도 하나, 둘씩 이곳을 떠나 거리는 더욱 쓸쓸해 보인다. 길거리는 공사장 흙먼지로 행인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본지는 테러 발생 1주년인 지난 2002년 9월에도 존스트릿 일대를 취재했다. 정확히 6년만에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지만 한인 업소 숫자는 현격하게 줄었다. 존스트릿 초입의 한인 업소도 자취를 감췄고, 길건너 유일한 한식당도 얼마전 장소를 옮겨 문이 굳게 닫혔다.
15년째 이곳에서 네일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애니 조씨는 존스트릿 일대 상권의 부활에 대해 회의적이다.
“9·11 테러 이전 수준으로 비즈니스가 회복될 수 없다고 봐요. 지금이 점심시간인데 가게가 이렇게 한가하다는게 말이 됩니까? 예전 같은면 정신없이 바쁠 시간인데…,”
조씨는 “과거 쌍둥이 빌딩에서 일했던 사람만 수천명이었다”면서 “이들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조씨의 업소를 찾던 고객중 상당수도 쌍둥이 빌딩서 일하던 여성들이었다고 조씨는 회상했다.
조씨는 이어 “기존 사무실들도 건물 재개발 등으로 하나, 둘씩 떠나고 사무실로 쓰이던 건물이 주거용 건물로 속속 탈바꿈 하고 있다”면서 “작년, 재작년은 그래도 좀 나았는데, 올해는 경기 침체까지 겹쳐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영업중인 한인 업소는 건물주가 렌트를 다섯배나 올리자 결국 문을 닫았다고 조씨는 전했다.
◇떠나는 한인 업소=또 다른 한인 네일살롱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이곳에는 25~30개의 한인 업소들이 밀집해 있었다. 이중 네일살롱만 7개가 있었는데, 지난 7년간 5개 업소가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고 지금은 조씨 가게와 인근 다른 업소 등 2개만 남았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인근에서 영업중인 한인 업소는 네일살롱·델리·세탁소·보석점 등 10여개에 불과하다.
네일살롱 바로 옆 잡화점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인이 운영했다. 지금은 방글라데시계 상인이 인수해 영업중이다. 그러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만난 방글라데시계 점원은 “2년전 삼촌이 가게를 인수해 일을 돕고 있다”며 “2년전이나 지금이나 장사가 너무 안돼 올 연말까지 버텨보고 정 어려우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몇시간이고 가게 밖에 나와 오가는 행인을 바라봤지만, 선뜻 가게로 들어서는 행인은 없었다.
인근에는 유일한 한식당이 있었다. 9·11 사건 이후에도 제법 손님이 많았다. 그러나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는 안내문이 업소 입구에 붙어있었다.
식당문은 셔터가 내려진 채 굳게 닫혀있었다. 과거 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쌍둥이 빌딩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고,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인근에는 중국계 업소들의 진출이 눈에 띄었다. 한인 업소에 비해 큰 규모로 운영중인 네일살롱들도 제법 있다. 그러나 이들 업소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인근 한인 네일살롱 업주는 “그나마 단골들이 있어서 영업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다른 곳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을 떠났지만, 우리는 어려워도 꾹 참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용 기자 [email protected]
# 9.11 7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