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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미스터리·이중 반전···거장의 매혹적 추리극

Los Angeles

2008.09.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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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의 거짓말'
'그날 밤의 거짓말'은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 수상작이자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꼽힌다.

작가 제수알도 부팔리노는 1981년 환갑이 넘은 나이에 첫 소설을 발표했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문단과 매스컴에서는 그를 모라비아나 레오나르도 샤샤 같은 대가들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제수알도 부팔리노는 데뷔작인 '전염병 전파자의 잡다한 이야기'로 '캄피엘로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무명작가의 처녀작이 대상을 수상한 일은 이탈리아 문단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이어 발표하는 작품들도 여러 상을 수상하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1988년 발표한 '그날 밤의 거짓말'은 발표되자마자 각종 문학상의 후보로 올랐으며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 상을 수상했다.

특히 부팔리노가 후보에 오르자 "이렇게 훌륭한 작품과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우리 중 부팔리노와 경쟁할 작가는 아무도 없다"며 후보자들이 전원 자진 사퇴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날 밤의 거짓말'은 시칠리아 왕국의 외딴 섬 요새 감옥에서 다음 날이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사형수 네 명이 함께 한 마지막 하룻밤을 그리고 있다. 출신 성분 나이 직업이 각기 다른 이들 네 명은 국왕 암살 혐의라는 같은 죄목으로 참수형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페스트의 공포를 달래기 위해 이야기를 하듯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행복하고 기억할 만한 순간 혹은 자신이 누구이며 지금 이 자리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를 차례대로 회고해나간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거짓과 꿈과 회한이 뒤섞여 있으며 이 모든 것은 결국 또 다른 음모를 향하여 치밀하게 전개된다.

국왕 암살 음모에 가담한 죄로 다음날 새벽이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네 명의 사형수. 남작 인가푸 시인 살림베니 병사 아제실라오 학생 나르시스. 감옥의 사령관은 이들 네 명에게 탈출구 없는 협상을 제시한다.

한 사람이라도 음모의 배후 인물을 밀고한다면 모두를 사면해 주겠다. 그러나 모두가 거부한다면 예정대로 사형대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배신이냐 죽음이냐. 그들은 이제 목숨과 정치적 신념을 건 도박을 하게 된다.

마지막 밤을 보낼 위안실로 옮겨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사령관의 제안에 답할 네 장의 백지와 그것을 넣을 상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단두대에 올라갈 유명한 산적인 치릴로 수도사이다.

"마지막 밤을 침묵하며 보낼 것이냐 아니면 얘기나 하면 보낼 것이냐?" 이들은 죽음이 페스트와 같으니 '데카메론'에서처럼 이야기를 하며 보내기로 한다.

배경이 다른 네 이야기는 결국 '국왕 암살 음모'라는 한 가지 주제로 모이는데 부팔리노는 그 속에 추리 소설적 기법과 장치를 몇 겹으로 숨겨놓고 있다. 부팔리노는 소설 곳곳에 위트와 눈속임으로 가장한 함정을 파놓고 그것을 독자로 하여금 찾아내게 만든다.

마지막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며 극적인 이중 반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그날 밤의 거짓말'은 추리 소설적 기법을 차용한 지적 유희 소설이며 미스터리와 심리적인 관찰력이 담긴 매혹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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