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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약하디 약한···인간

Los Angeles

2008.09.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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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 성당
지난 7월 29일 오전 11시 30분경 San Bernardino 지역의 Chino Hills 도시 남부 2마일 지점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그 시간에 환자 방문을 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가기로 한 마지막 집을 방문하고 기도를 마친 후 소파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집이 흔들리더니 내 몸도 흔들렸다.

거실에 있던 텔레비젼과 냉장고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순간적이었지만 아찔했다. 5-6초 정도 흔들리다가 잠잠해졌고 조금 후 몇 번 여진이 있다가 조용해지기에 즉시 텔레비전을 켜보았다.

미국 방송들은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지진 상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정확한 지진 진앙지를 알려주면서 그 지역의 피해상황이 방영되었다. 약국과 술가게 등에서 선반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진 정도였고 소방용 수도 파이프가 터져 물이 흘러내리는 것 등이 보였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함께 있던 신자들은 집에 전화를 걸거나 걸려오는 전화들을 받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가족 끼리 안부를 묻는 전화들이었다.

안전하다는 연락을 받고 안도하는 모습들이었지만 한 가정은 선반에 얹어둔 물건들이 떨어져 깨어졌다는 연락을 받고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전화가 불통인 이들은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대자연 앞에서 약하디 약한 인간의 모습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일찍이 빠스칼이 말해던가. 인간을 압사하기에는 저 하늘에 떠도는 한 방울의 물방울도 충분하다고. 태풍 홍수 토네이도 지진 화재 등 대자연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해들 앞에서 인간은 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대자연의 재앙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진 발생 시간을 엄밀히 계산하고 알아내어 미리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는 현시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앙을 가진 이들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로 나아간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겠지만 이 세상이 인간의 마지막 목적지가 아니므로 인간에게 영원한 목적지를 하사하시는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죽는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죽어가는 순간에 병자와 고해성사를 받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 세상을 떠난다면 이보다 더 복된 죽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대재앙 앞에서는 어떤 생각도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늘 죽음 준비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것은 일생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사랑을 실천해 왔는가'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언제 어디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생명의 주인 앞에서 떳떳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이다.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실천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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