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2년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 데는 '레게 머리' 매니 라미레스(36)의 영입과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7월 말 자유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보스턴-피츠버그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으로부터 라미레스를 영입할 때만 해도 누구도 '매니 열풍'이 LA를 휩쓸 것으로 예상 못했다.
다저스는 내야수 앤디 라로시와 피칭 유망주 브라이언 모리스를 피츠버그에 내준 만큼 손해볼 것은 없는 장사로만 비춰졌다.
통산 500홈런의 거포로 기대를 걸만은 했지만 보스턴 시절 보인 '망나니'같은 행동과 이기적인 스타일 무엇보다 치렁치렁하게 늘어트린 레게 머리는 불량스럽다는 반응이 먼저였다.
연봉 2000만 달러를 받는 거물 타자인 탓에 명장 조 토리 감독조차 상견례 후 라미레스에게 "머리 카락을 정리해 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부탁할 정도였다. LA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TJ사이머스는 "라미레스가 토리 감독의 부탁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칼럼을 통해 장담하기까지 했다.
8월1일 라미레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다저스는 54승54패(승률 0.500)로 NL 서부조 1위 애리조나에 2게임 뒤진 채 어쨌든 '도박'에 나섰다.
▶매니 열풍
'어쩔 수 없이' 99번의 백넘버를 단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타디움 데뷔전에 나선 라미레스는 첫 날부터 2안타를 날리는 등 모든 것을 기우로 돌렸다. 첫 6경기에서 연속안타에 4홈런을 폭발시킨 라미레스의 활약에 다저스 팬들은 푹 빠져 들었다. 더 이상 치렁치렁한 라미레스의 머리카락은 불량스럽지 않았다.
보스턴 시절 24번을 달았지만 다저스에서는 결번된 상태라 구단이 제시한 28번을 고사하고 99번을 택한 라미레스였다.
하루만에 28번을 다시 원했지만 이미 유니폼 제작이 된 상태라 보통 코치들이나 다는 99번을 가질 수 밖에 없을 만큼 다저스 이적생활이 시작부터 핀트가 어긋났던 라미레스였다.
그러나 타고난 방망이 실력만큼은 주위의 어떤 비난이나 자신의 불만족스런 감정을 충분히 컨트롤하고도 남았다.
올해 보스턴에서 100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 20홈런 68타점을 기록했던 라미레스는 다저스 이적 후 24일까지 50경기 만에 타율 3할9푼8리 17홈런 53타점을 올리며 중심타자 구실을 했다.
통산 527홈런 연봉 2000만 달러짜리는 '짝퉁'이 아니었다. 동료들도 어느새 라미레스를 중심으로 뭉쳐 단단한 팀워크를 만들어 냈고 50경기에서 29승21패를 기록하며 서부조 우승을 향해 내달렸다. 라미레스는 그 사이 조용하게 머리카락도 짧게 손질해 팬들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스타가 됐다.
▶명장 조 토리 감독
다저스 선수단에 라미레스가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것처럼 토리 감독(68)도 지난 겨울 불현 듯 LA에 입성했다.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를 입고 지난 12년간 메이저리그판을 좌지우지한 터라 다저유니폼은 왠지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토리 감독은 승부사였다. 무엇보다 솔선수범하며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끔 하는 힘이 있었다.
"선수로든 아니면 감독으로든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게 내가 양키스에서든 다저스에서든 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장에 일찍 나오고 늦게 가면 된다. 손목시계를 차고 있지만 매일같이 그렇게 하면 얼마나 오랫 동안 그 곳에 머물렀는지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감독으로 드러나게 전권을 휘두르지 않으면서도 선수들을 독려해 팀을 바꿔서도 13년 연속 포스트스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이다. 1977년 뉴욕 메츠를 시작으로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양키스를 거쳐 다저스까지 오는 동안 통산 2150승을 거둬 역대 7위에 올라 있는 토리 감독이다.
현역 감독 중 최다인 월드시리즈 4회 우승 감독의 부임은 다저스에겐 라미레스의 이적만큼이나 큰 행운이었다.
▶PO 1승12패 극복이 난제
1988년 월드리시즈 우승을 끝으로 지난 19년간 간신히 4번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다저스에겐 큰 아픔이 있다. 그 4번의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단 1승 밖에 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4년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서 4-0 승리가 전부였다.
연고지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노리는 다저스가 극복해야 할 악몽이다.
다저스는 에이스 브래드 페니와 4번이나 수술받은 팔꿈치가 안좋은 롱릴리프 궈홍치 그리고 무릎 부상에서 막 회복한 제프 켄트 등을 플레이오프 로스터에서 제외하고 유격수 라파엘 퍼칼이 포함된 명단을 고려 중이다.
토리 감독은 정규시즌 때와는 또 다른 병사들로 플레이오프 승부의 새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정규시즌에서 큰 힘을 쓴 라미레스와 토리 감독의 능력이 진짜로 검증받을 무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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