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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7가] 토리 감독의 쾌도난마

Los Angeles

2008.10.0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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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겸/스포츠 부장
조직의 첫 단추는 인사(人事)입니다. 어떻게 사람을 뽑고 얼마나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로 조직의 닻이 올라가고 성패도 갈립니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했습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가장 큰 고민도 여기에 있습니다.

LA 다저스가 시카고 컵스를 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습니다.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20년만입니다.

더욱 컵스는 정규시즌 97승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최강으로 꼽혀 100년 염소의 저주를 끊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본 팀이었는데 다저스가 예상을 뒤엎고 3연승으로 압도했습니다.

다저스의 압승을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조 토리 감독의 '인사의 승리'라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사실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뒤 25명의 로스터를 구성하고 다시 베스트 9을 추리는데 적잖은 변수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부상에서 회복한 노장 주전 선수들이 많은 탓이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노장들의 비중을 감안하면 선뜻 이들을 배제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또 그렇게 할 경우 시즌 내내 고생한 젊은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할 만했습니다. 자칫 팀을 적전분열로 내몰 수 있는 요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토리 감독이 쾌도난마(快刀亂麻) 했습니다. 그는 컵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 앞서 일찌감치 42세의 최고참에 현역 최다승 투수인 그렉 매덕스를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기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어떤 선수에 대해서도 감상적인 생각이 개입할 여지를 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과거의 화려함이 아닌 오직 자신이 지금 보고 판단한 컨디션을 기준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구성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전력의 극대화만을 생각한 그의 치우치지 않은 용병술은 매덕스에게만 해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노장들은 물론 젊은 선수들까지 예외가 없었습니다.

노마 가르시아파라 제프 켄트 그리고 사이토 다카하시가 부상으로 빠진 2개월 동안 마무리로 고생했던 조나단 브록스턴의 셋업맨 복귀까지 냉정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결국 다저스는 이들 대신 선발 출전한 제임스 로니와 블레이크 드위트 라파엘 퍼칼 등이 맹활약하면서 컵스를 가볍게 3연파했습니다.

간과할 수 없는 또 한 가지 사실은 다저스가 되는 집안이라는 것입니다. 감독의 처사에 불만을 품을만한 선수들이 군말 없이 따라주고 있습니다.

맷 캠프와 안드레 이디어에게 밀려난 외야수 후안 피에르는 여전히 이들 후배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며 멘토 노릇을 하고 있고 브록스턴은 "내가 마무리를 맡느냐 셋업맨을 맡느냐는 전적으로 감독의 뜻"이라며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다저스가 남은 경기서도 승승장구하며 20년 숙원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룰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다저스가 인사가 만사라는 승리의 원리에서 한치도 빗겨가지 않고 진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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