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 기자의 스포츠 테마 Pot] PO서 첫 손발 맞춘 생소한 라인업
Los Angeles
2008.10.07 21:35
다저스 변화의 비밀은…이적생 가세·부상병들 복귀 '완전 새팀'
LA 다저스가 20년 만에 내셔널리그챔피언십에 올랐다.
마침 올해는 연고지 이전 50주년까지 겹친 터라 다저스 선수단의 사기는 충천해 있다.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론 포스트시즌 진출이 차라리 '재앙'과도 같았던 다저스였다.
지난해까지 4번 진출한 포스트시즌 13번의 경기에서 1승12패로 철저히 눌렸던 다저스가 올해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리그 최고 승률팀인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싹슬이 승(3전 전승)을 거뒀다.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라인업은 시즌 중 단 한 번도 '궁합'을 맞춰보지 못한 타선이었다. 러셀 마틴(포수) 제임스 로니(1루수) 맷 켐프(중견수) 안드레 이디어(우익수)등 젊은 선수들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하지만 케이시 블레이크(3루수)는 7월 말 클리블랜드에서 이적해 왔다. 매니 라미레스(좌익수)는 8월1일부터 출장했다.
블레이크 드위트(2루수)는 8월 말에서야 트리플A에서 합류했다. 라파엘 퍼칼(유격수)은 시즌 마지막 주에서야 등 부상에서 컴백했다. 시즌 중 단 1초라도 포스트시즌 라인업이 형성될 수 없었다.
어디 타선 뿐인가. 조나산 브록스톤은 후반기에서야 사이토 다카하시를 대신해 마무리를 맡았다. 불펜의 코리 웨이드는 고작 한 달 셋업맨에 적응했을 뿐이다. 마틴은 지난해보다 5경기나 적게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도 어떻게 다저스가 막강 컵스를 넉다운시켰을까. 야구가 무슨 인스턴트 음식도 아니고 팀이란 것이 하루 아침에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다저스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게 있는 것인가.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선수들의 절박함- 갑작스런 등부상으로 지난 5월초 로스터에서 빠진 퍼칼은 올해가 계약 마지막이다.
네 달 반의 공백이 있었지만 시즌 막판 복귀한 퍼칼은 부상 전과 다름없이 몸을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만약 퍼칼에게 계약기간이 좀 더 남았다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뛰었을까.
라미레스나 데릭 로도 다음 달이면 FA가 된다. 이제 포스트시즌의 남은 경기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마지막 세일즈 무대인 것이다.
▶젊은 선수들의 열정- 지난해 가을 다저스는 제프 켄트와 소장파들간의 알력이 폭발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젊은 선수들은 빅리그에 있어도 언제 마이너리그로 보내질 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젊은 선수들은 그런 우려없이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목표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이디어는 "젊은 선수들은 팀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우리는 개인의 어떤 이익보다 팀 승리가 더 크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승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고참들- 다저스 선발 라인업엔 제프 켄트 노마 가르시아파라 후안 피에르 등 베테랑이 빠져있다.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당연히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 많은 경험을 가진 자신들이 뛰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이기는 게 더 중요하고 이기는 분위기에서 어떤 불만도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토리 감독은 "베테랑들의 도움이 내가 라인업을 짜는 것을 훨씬 수월하게 해준다"며 고마워 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토리 감독- 토리 감독은 다저스에서 마침내 '토리의 전설'을 완성해 가고 있다.
뉴욕 양키스에서 쌓아 올린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월드시리즈 4회 우승의 업적이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돈 때문이었다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다저스에서의 업적은 양키스와 스타인브레너의 그늘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할아버지같은 넉넉한 표정으로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을 아우르고 함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만든 그 힘이 2008년의 다저스를 있게 한 가장 큰 힘이었다. 이디어는 "모든 것이 토리 감독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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