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가 LA 다저스와의 리그 챔피언전에서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며 15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바짝 다가선 것은 '조상의 음덕'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필리스는 지난 10일 두 건의 부음 소식을 접했다.
이날은 시티즌스뱅크파크 홈 구장에서 다저스와 2차전을 치른 날이었다. 경기 전 찰리 매뉴얼 감독(사진 왼쪽)은 어머니 준 매뉴얼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들었다. 경기를 위해 코칭스태프와 막 작전회의를 마치고 난 뒤였다.
10남매를 키워 온 87세 어머니의 죽음에 매뉴얼 감독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평소 어머니를 제일 사랑한다고 말하던 매뉴얼 감독이었다.
2005년 어머니 날을 앞두고는 mlb.com에 "세상에서 내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분은 없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를 가진 나는 정말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는 편지를 띄워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뉴얼 감독으로선 장수로서 당장 큰 싸움을 앞두고 전쟁터를 벗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매뉴얼 감독은 결국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묵묵히 게임을 치렀다. 물론 양해를 구하고 이날 만큼은 경기전 미디어와의 접촉은 갖지 않았다.
8-5로 승리를 거둔 후엔 중견수 셰인 빅토리노(사진 오른쪽)가 고향 하와이로부터 할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빅토리노도 당장 할머니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큰 경기를 두고 안절부절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어머니를 잃은 매뉴얼 감독은 슬픔을 미뤄두고 경기를 이끌지 않았던가.
매뉴얼 감독은 15일 다저스 5차전을 끝낸 후 고향 버지니아로 가 17일 예정된 발인에 참석할 예정이다.
빅토리노도 할머니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필리스가 일찌감치 월드시리즈행을 결정지으면 매뉴얼 감독이나 빅토리노에겐 좀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